사실 층간소음 문제는 단독주택이나, 1층 혹은 꼭대기층이 아니라면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이웃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 소중한 생명이 오가는 상황까지 벌어진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게 됐다.
폭행, 살인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운전처럼 보복성 소음으로 맞대응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의 민원접수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만6257건이었던 민원건수는 2021년 기준 4만6596건으로 폭증했다.
정부가 이번에 강화한 층간소음 기준은 기준치에서 4㏈(데시벨)을 낮추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환경부·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층간소음 기준 중 직접충격소음에 대한 1분 등가소음도(1분간 발생하는 소음 평균) 기준치를 기존 주간 43㏈·야간 38㏈에서 주간 39㏈·야간 34㏈로 조정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35㏈은 조용한 공원, 40㏈은 일반적인 대화를 할 때 나는 소리에 해당한다.
국토부는 이 뿐만 아니라 소음매트 지원 등의 소소한 정책부터 아파트 완공 뒤에도 소음을 측정하는 제도 등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기존 아파트는 매트를 까는 등 소음을 줄이기 위해 별도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데 약 300만~500만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금을 조성해 가구당 300만원 정도씩 지원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제도들에 대해 입주민과 건설사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른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역시 결국 소음 측정 조사방식에 대한 문제와 보강공사에도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다.
기존에 시행된 ‘층간소음 사전인정제’는 건설사가 공사 전에 모형으로 바닥을 만들어 층간소음 기준을 통과하면 준공 허가를 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층간소음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 중 바닥 자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종합적인 성능평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아파트가 실제로 지어진 뒤 소음을 검사하는 층간소음성능평가가 시행된다. 건설사는 소음기준 미달에 해당하면 다시 보강공사를 하거나 손해배상을 하도록 권고된다.
층간소음을 낮추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대책을 둘러싼 반응도 비슷하다. 층간소음을 낮추기 위해 바닥을 두껍게 시공하면 용적률을 최대치로 가져갈 수 없다는 우려에 따른 대책이란 점은 납득이 간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것도, 저것도 다 실효성이 없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층간소음에 따른 불편을 줄인다는 취지로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숫자에 매몰된 대책은 오히려 이웃 간 분쟁만 부추길 우려가 있어 보인다.
주택의 구조적인 문제는 문제대로 해결을 하더라도 이웃 간의 ‘배려’가 가장 큰 대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