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리 인상기가 도래하면서 가계대출 수요는 줄어든 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의 대출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기업대출 증가가 은행권의 자금 사정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 신용대출을 취급한 은행은 그만큼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다. 기업대출 증가가 은행의 가계대출 여력을 줄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은행 여·수신 동향이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은행권 기업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여전채(여신전문금융채권), 회사채 같은 신용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은행 기업대출 금리는 가계대출 금리보다 낮다. 한국은행 ‘6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대기업 신규 평균 대출 금리는 3.6%로, 가계대출 금리(4.23%) 대비 약 0.6%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예·적금 고객 유치를 위해 수신 금리 인상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점도 기업대출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입장에선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것보다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게 더 유리해졌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은행채 순발행액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7조68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은행채 발행은 채권시장에서 자금 흐름을 막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이 은행 대출로 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 간 금리 경쟁으로 정기예금 금리는 상호금융, 새마을금고와 같은 비은행 예금 금리를 넘어서고 있고,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기업대출 증가가 은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기업 대출의 경우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 위험가중자산 증가를 불러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하락 위험을 높인다. 위험가중자산이란 대출해준 금액의 위험 수준에 따라 가중치를 둬 평가한 자산을 말한다. 은행은 리스크가 큰 대출 채권일수록 위험 가중치를 높게 적용한다. 대기업 대출, 중견기업 한도대출 등은 위험자산 가중치가 높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1044조894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BIS 자기자본비율도 최소 0.13%포인트에서 최대 0.9%포인트 줄었다.
또한 기업대출이 너무 늘어나면 그만큼 은행의 가계대출 여력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의 기업 대출이 증가하면 기업의 잠재 부실, 대출 연체율 리스크가 금융회사에 전이될 수도 있다.
서 연구원은 “기업대출 수요 증가는 은행 자금 사정을 악화한다”며 “7월 여·수신 동향을 종합해 볼 때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인해 은행발 유동성 위기 발생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0.25%씩 세 차례 올렸고, 지난달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까지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빠르게 확산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은행권은 글로벌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업대출을 조절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3분기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전 분기 대비 9포인트 줄어든 –6,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전 분기 대비 12포인트 감소한 –6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양(+)이면 ‘신용위험·대출수요 증가’, ‘대출태도 완화’라고 응답한 금융기관의 수가 ‘신용위험·대출수요 감소’, ‘대출태도 강화’라고 답한 금융기관의 수보다 많다는 의미다. 반대로 음(-)이면 ‘신용위험·대출수요 감소’, ‘대출태도 강화’라고 답한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측은 “대내외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여신 건전성 관리 필요성 등으로 은행의 기업대출태도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 위축 덕에 늘어나는 은행 기업대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7119억원 증가한 94조636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 잔액은 5조7073억원 증가한 587조379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잔액을 합친 증가분은 약 8조원에 달한다. 기업대출은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은행권 기업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여전채(여신전문금융채권), 회사채 같은 신용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은행 기업대출 금리는 가계대출 금리보다 낮다. 한국은행 ‘6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대기업 신규 평균 대출 금리는 3.6%로, 가계대출 금리(4.23%) 대비 약 0.6%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 간 금리 경쟁으로 정기예금 금리는 상호금융, 새마을금고와 같은 비은행 예금 금리를 넘어서고 있고,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1044조894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BIS 자기자본비율도 최소 0.13%포인트에서 최대 0.9%포인트 줄었다.
또한 기업대출이 너무 늘어나면 그만큼 은행의 가계대출 여력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의 기업 대출이 증가하면 기업의 잠재 부실, 대출 연체율 리스크가 금융회사에 전이될 수도 있다.
서 연구원은 “기업대출 수요 증가는 은행 자금 사정을 악화한다”며 “7월 여·수신 동향을 종합해 볼 때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인해 은행발 유동성 위기 발생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 은행 "기업대출 조절"
올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고 있어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한국은행은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0.25%씩 세 차례 올렸고, 지난달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까지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빠르게 확산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은행권은 글로벌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업대출을 조절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3분기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전 분기 대비 9포인트 줄어든 –6,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전 분기 대비 12포인트 감소한 –6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양(+)이면 ‘신용위험·대출수요 증가’, ‘대출태도 완화’라고 응답한 금융기관의 수가 ‘신용위험·대출수요 감소’, ‘대출태도 강화’라고 답한 금융기관의 수보다 많다는 의미다. 반대로 음(-)이면 ‘신용위험·대출수요 감소’, ‘대출태도 강화’라고 답한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측은 “대내외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여신 건전성 관리 필요성 등으로 은행의 기업대출태도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