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이 나에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았기 때문에 예술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와 작업을 전 세계에 선보이고 있는 예술가이자 사회 활동가인 셰퍼드 페어리가 국내에서 대규모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이름을 알린 ‘오베이 자이언트’(OBEY GIANT) 캠페인 초기 연작을 비롯해 지금까지 제작한 벽화와 포스터, 영상, 사진 자료 등 470여 점을 선보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얼굴을 중심으로 빨간색과 파란색 미국의 국기 색을 사용하고, 아래에는 희망을 뜻하는 영어 단어 호프(HOPE)가 적혀 있다.
당시 페어리는 프리랜서 사진작가 매니 가르시아가 찍은 오바마 사진을 바탕으로 그의 초상에 진보(Progress)라는 단어를 넣어 실크스크린 포스터 작업을 진행해, 거리에 배포했고 호프(Hope)로 단어를 교체 후 공식 캠페인 포스터로 선정됐다.
이후 30만 장의 포스터와 50만 장의 스티커로 제작된 ‘희망’은 웹사이트(누리집)를 통해 무료 배포되었고 가장 영향력 있는 선거 포스터로서 자리 잡게 됐다.
이 작품은 2009년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브릿 인슈어런스 디자인 어워즈(Brit Insurance Design Award)에서 올해의 디자인으로 선정되었으며, 워싱턴 D.C. (Washington D.C)에 위치한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소장되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페어리의 ‘희망’ 포스터는 다른 이미지로 다시 제작되어 2008년 미국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다.
‘아이즈 오픈’은 페어리의 삶과 신념, 작업 주제를 집약적으로 표현한 대표 작품이다.
지구에서부터 싹이 트여 피어오르는 붉은 색 꽃과 잎사귀가 작품에 등장한다. 이 꽃은 셰퍼드 페어리가 창조한 도상으로 장미와 카네이션을 결합한 가상의 꽃이다. 지구 안에는 아이즈 오픈이라는 간결한 텍스트와 함께 중앙에는 크게 뜬 눈 형상이 자리 잡고 있다.
페어리는 이 작품을 통해 눈을 크게 뜨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세상을 주의 깊게 살피기를 유도한다. 사회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눈과 마음을 열어 주체적이고 목적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롯데뮤지엄 관계자는 “‘아이즈 오픈’은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의 오류와 거짓을 파헤칠 때 비로소 삶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강조하고, 나아가 나를 둘러싼 공동체의 의미 있는 소통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페어리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대중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생각하게 유도한다.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연장 선상에서, 여러 가지 도상이 결합된 ‘위기’ 시리즈를 선보였다.
세계적인 문제이자 관심사인 지구 보존은 셰퍼드 페어리 작품의 주요 주제다. 검게 물든 바다와 하늘, 석유 페인트 통과 같은 암시적 메시지를 담은 시각적 이미지들과 지구 위기(Earth Crisis), 글로벌 워닝(Global Warning)과 같은 직접적인 경고 문구를 삽입한 작품들로 지구 온난화, 석유 산업의 발전으로 인한 환경 오염, 지진 발생 등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험에 대한 실질적인 목소리를 담은 환경 시리즈를 제작한다.
페어리는 판화 판매금을 환경 단체에 기부하는 등 환경문제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적극 앞장서고, 계속해서 예술을 통한 캠페인을 진행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을 지키는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전시장이 있는 롯데월드타워의 로비와 롯데월드몰 외벽, 강남구 도산대로, 성수동 피치스 도원 등에도 벽화 등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