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치권·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65)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56), 이복현 금융감독원장(51),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5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63), 신성환 한은 금융통화위원(60),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59),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62) 등 이번에 새로 임명된 금융당국 수장은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금융당국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국내 경제에 크게 관여하는 한덕수 국무총리(74), 김대기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67)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다.
금융위원회는 3연속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꿰찼다. 7대 은성수 금융위원장, 8대 고승범 금융위원장에 이어 김주현 위원장도 서울대 경제학과다. 김주현 위원장은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나온 뒤 미국 워싱턴대에서 MBA 학위를 딴 후 행시 25회로 입문했다. 김소영 부위원장도 서울대 경제학과, 예일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출신으로 금융위 '투톱'이 같은 학교 같은 과 출신으로 꾸려지게 됐다.
한은 투톱도 마찬가지다. 이창용 총재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후 하버드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것은 아니지만 이승헌 한은 부총재(64)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지난 26일 은행연합회가 추천한 신성환 신임 한은 금통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5년부터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물론 금융권 수뇌부의 서울대 편중은 이번에만 두드러진 일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금융당국은 고시 출신이 많은 조직 편제상 불가피하게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과거에도 많았다. 금융위의 경우 1급은 물론 국장까지 포함한 고위직이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인 적도 있으며 그 카르텔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란 평가도 있다. 더군다나 현 정부의 '실력·능력주의' 인사 원칙을 감안하면 서울대 출신들의 등용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다만 선후배로 얽힌 끼리끼리 문화가 금융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수립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렴하는 데 한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대와 비 서울대 대립구도는 조직 내 화합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 게다가 이들은 서울대 경제학과뿐만 아니라 대부분 과거 재정경제부 출신이 많다는 점도 발전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김주현 위원장의 국회 데뷔전이었던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적격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 문제를 짚었다. 박 의원은 "국무총리, 대통령실 경제수석, 한은총재, 금융위원장 등 모든 분이 하나의 관료 집단에서 출발했다"면서 "1997년, 2008년에 못지않은 경제위기가 올 것으로 예측되는데 동일 집단의 인사들이 몰려 있으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못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 인사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출신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재무부 라인에는 서울대 상대 출신이 많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능력 있는 분들이 제자리를 찾은 것이며 같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패거리 문화를 만든다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치게 특정 대학, 특정 학과에만 편중된 건 사실이므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학연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