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 올해 25조 역대 최대 예고하지만…실익 중요해지는 '수출절충교역'

2022-07-2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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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이 개발한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국내 방산업계가 폴란드에 대규모 무기 수출을 성사시키며 한국 방산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번 수출이 반짝 성과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실익 극대화로 나타나려면 ‘수출절충교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 기술 이전과 자국 방산업체 참가 주장

28일 폴란드 정부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체들은 폴란드에 대단위 무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의 K2 전차 1000대를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48대,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600여 문 등의 수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수출 실적은 단일로 국내 방산업계 최대 규모다. 올해 방산업계는 폴란드 수출에 힘입어 수출액이 2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9조5000억원을 2배 이상 경신하고 있다.

다만 폴란드 국방부는 이번 계약을 두고 대규모 기술 이전과 자국 방산업체의 참가가 이뤄질 것이라 주장하면서 수출절충교역이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수출절충교역이란 무기를 수출할 때 구매국의 절충교역 요구 이행을 말한다.

예컨대 구매국에서 요청한 방산물자 구매나 산업협력 이행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전에는 우리나라가 수입절충교역을 통해 방위 선진국들의 무기를 사들이는 조건으로 일부 기술 이전 등의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이제는 입장이 바뀌면서 수출국 요구에 실익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폴란드는 표면적으로 수출절충교역이 없다. 그러나 한화디펜스는 K9자주포 2차 물량의 상당수를 폴란드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KAI는 현지에서 제품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한 MRO(유지·보수·정비) 센터 설립 등을 각각 추진하겠다고 밝혀 수출절충교역이 우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폴란드의 대량 구매가 기존 무기 수입국인 미국과 독일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수입절충교역도 신경 써야…실익 최대한 이끌어 내는 협상전략 필요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이뤄진 수출절충교역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화디펜스는 호주에 K-9 자주포를 수출하면서 호주 질롱시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그해 2월 성사된 이집트의 K-9 자주포 수출도 현지 생산과 파이낸싱(수출금융지원)이 더해졌다. 정부가 방산 수출 성과에 우선해 유리한 계약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앞서 2008년 K2 전차를 토대로 만들어진 튀르키예(터키)의 알타이 전차는 K2 전차와 판박이 논란이 일면서 기술 이전이 과도했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절충교역과 궤는 다르지만 인도네시아의 KF-21 공동 개발 분담금 연체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정부가 수출 확대를 위한 수출절충교역의 이행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수입절충교역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F-35 전투기를 비롯해 P-8 초계기, 아파치 헬기 등 고가의 대규모 무기 수입에도 절충교역의 성과가 예전과 달리 제한적인 상황이다. 방위사업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 동안 국외구매 실적(약 13조6000억원)과 비교해 절충교역 확보가치는 1조원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방사청 등은 무기 수입 시 국내 방산업체의 참여를 의무화한 한국산 우선구매제도와 일정 비율의 국산부품 조달 의무화와 같은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방산업계가 무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지형 이동이 이뤄지면서 이전 만큼 절충교역의 이득을 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F-35A 구매에서 록히드마틴은 기종 선정 때 절충교역으로 군사통신위성 1기를 제공하기로 한 뒤, 나중 우리 쪽에 비용분담을 요구하며 사업을 장기간 지연시켰다.

또한 ‘신속시범획득사업’의 효과를 높이는 것도 수출 경쟁력 제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방사청이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신속시범획득사업은 인공지능(AI), 무인,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 군의 시범 운용을 거쳐 신속 도입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과거 5년에서 10년 가까이 걸리던 무기체계 도입절차를 1년 만에 전력화하는 등 무기 수출의 빠른 인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밖에 한국과 미국의 국방상호조달협정(RDP) 체결을 적극 추진해 국내 방산업계의 미국 수출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RDP는 미 국방부가 동맹국·우방국과 맺는 양해각서며, 체결국 상호 간 조달 제품 수출 시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할 수 있다. 미국은 무기 도입 사업에 대해 자국 시장을 보호하고자 수출을 희망하는 업체는 미국산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산 수출도 중요하지만 수입에서도 최대한의 실익을 얻어내는 전략적 협상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이번 폴란드 수출 성과가 반짝 성과로 끝나지 않으려면 국가별 맞춤형 수출전략과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 협력 등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사진=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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