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허그 '무늬만 경쟁입찰'?...보증보험시장 커지는데, 또 불거진 보증업무 독점논란

2022-07-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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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하 허그)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업무(채권양도통지 위탁)를 특정업체에 몰아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겉으로는 경쟁 입찰 방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특정업체에 유리하도록 배점표를 변경해 공공기관이 나서서 특정업체의 시장 독점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허그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업무를 개시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채권양도통지 업무를 A사에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A사는 2002년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임원 출신들이 세운 업체로, 지난해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까지 된 업체다. 허그,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부동산 거래, 담보대출을 실시할 때 권리조사를 대행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전세금반환보증이란 전세계약 종료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보증금을 보장하는 보증상품으로, 임차인이 가입한다. 시장은 전세금 대출과 관계없이 보증에 가입하는 경우와 은행에서 전세금대출을 받으면서 보증에 가입하는 경우로 각각 25%, 75%의 비중이다. 두 경우 모두 보증서를 발급할 때 임대인에게 '채권양도통지' 절차를 거치는데, 위탁업무를 맡은 기관은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허그가 가져간다는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려주면 된다. 
 
A사는 허그가 전세금반환보증 업무를 개시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수의계약 방식으로 위탁업무기관으로 지정됐다. A사가 '전세대출 권리조사'에 관한 특허권을 보유했다는 게 주효했다. A사가 보유한 특허는 전세대출시스템, 전세대출방법, 권원관리시스템, 권원관리방법 등에 관한 내용이다. 부동산 거래시 부동산에 대한 권리 리스크를 조사하고 분석해 하자 내용을 보증보험사 및 권리보험사에 통보하는 역할이다.

문제는 A사가 보유한 특허권이 허그가 위탁한 채권양도통지 업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특허청도 채권양도통지와 같은 준법률행위는 특허의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변리사가 별도로 A사의 특허권을 감정한 결과를 봐도 특허권과 위탁업무 사이에 명확한 개연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보증업계 관계자는 "허그가 과거 명확하지 않은 특허권을 명분으로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줬고, 이로 인해 오랜시간 기타 권리조사업체들의 시장 참여 기회가 박탈됐다"면서 "공기관의 '제 식구 밀어주기' 관행으로 공정한 기회가 보장돼야 할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했고, 결과적으로 특정 업체가 민간 권리조사업무도 독점하게 돼 불공정성이 강화됐다"고 비판했다.

허그가 해당업무를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변경한 2017년 이후에도 A사의 독점 관행은 여전했다. 특히 업계는 허그가 지난 6월 진행한 '채권양도통지 및 권리정보제공 위탁용역' 경쟁입찰에서도 A사에 유리하도록 기술능력평가 배점표를 변경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입찰 평가는 수행실적과 경영상태를 평가하는 정량평가(20점), 기술, 인력 및 조직, 사업수행, 사후관리, 상호협력 등을 포함하는 정성평가(60점)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협력업체의 업무지원 능력을 평가하는 상호협력 배점이 기존 10점에서 올해 15점으로 변경됐다. 이는 기존 위탁업체인 A사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입찰은 채권양도통지 외에도 권리정보제공 업무가 추가되고, 계약기간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됐기 때문에 참여하는 위탁업체에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쟁"이라면서 "그럼에도 상호협력 부분배점만 콕 찍어서 15점으로 늘었다는 건 기존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원청사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며, 무늬만 경쟁입찰이지 사실상 내정자가 있는 경쟁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권리보험 시장에서 A사의 독점이 강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권리보증시장이 독점운영되면 공정한 가격 및 품질경쟁이 불가능하고, 대출수요가 폭증하거나 전산장애 등 각종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업체의 파산, 부도, 코로나19 등으로 업무 공백시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도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업무 쏠림으로 보증조사가 허술해지면 보험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보험사고는 보험사 손해율 상승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대출 신청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실제 허그를 제외한 다수의 금융기관은 상품경쟁력과 운영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2~3곳 이상의 권리조사기관을 복수로 운영하고 있다.
 
허그도 관련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허그 관계자는 "해당업무 위탁은 내부규정에 따라 공정한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된 것이며, A사는 기술의 경쟁력 측면에서 타사를 압도한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며 "배점표 역시 상호협력 배점을 상향조정한 것은 맞지만 오히려 인력, 조직, 관리기술 배점을 하향해 결과적으로는 중소업체의 입찰 기회가 확대됐다"고 해명했다.

공기관이 특정업체의 시장독점을 방조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세대출보증은 허그 뿐 아니라 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 등의 기관도 취급하고 있고, 허그는 입찰의 공정성을 위해 2017년부터 채권양도통지 및 권리정보제공 위탁업무는 조달청을 통한 경쟁 입찰로 선정하고 있다"면서"위탁업무기관을 복수로 선정해 운영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국가계약법상 입찰절차, 업무 관리 효율성, 실행가능성,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지 자의적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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