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유행인가? 시대정신인가? "ESG' 제대로 이해하면 보인다

2022-07-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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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지난 수년간 가히 세계적 열풍이라 할 만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과 투자의 새로운 규범으로 부상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기업 경영에 있어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을 잘 고려하여 경영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중장기적 성과가 더 좋다는 가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투자자들도 기업 투자 시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ESG 경영은 급속도로 모든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새로운 규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ESG 경영이 모두가 인정하는 확실한 규범으로 뿌리내리려면 ESG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확산과 함께 공감대 조성과 검증의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에너지 위기로 인해 화석연료 의존도가 늘어나고 화석연료 기업의 수익성이 올라가면서 일부 ESG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등 ESG 경영 및 투자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ESG가 일시적이고 국부적인 조정 기간을 거칠 수 있다고 보는 측과 한때의 유행으로 소멸될 것이라 보는 측 간에 논란이 생기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ESG 지표의 적정성과 효용성에 대한 논란도 많다. ESG 열풍과 함께 국내외에 우후죽순처럼 많은 법무법인,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 등이 다양한 ESG 지표를 쏟아내 기업들에 큰 혼란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리 정부가 나서서 우리 기업 실정에 맞는 지표로 K-ESG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 또한 실행 과정에서 많은 논란의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ESG 열풍의 배경과 원인, ESG 경영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하다. 이해의 부족이 논란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ESG 경영을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으로 보는 ‘착한 기업’ 지향적 시각이 문제의 발단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ESG 경영은 기업 입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인 고객, 제품 및 서비스, 운영 모델, 수익 모델과 직접적 관계가 없이 남이 하라니까 따라 하는 수동적이고 부수적 활동이 되고 만다. 외부 상황이 어려워지면 바로 보류하거나 중지하는 비핵심 활동으로 전락하면서 ESG 경영은 한때의 유행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이 잘못된 시각을 바탕으로 ESG 지표를 만들면 결국 배가 산으로 가는 우를 범하게 된다.
 
ESG 경영은 ‘착한 기업’ 지향적 시각이 아니라 소비자와 고객의 마음을 얻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똑똑하고 현명한 기업’ 지향적 시각이어야 한다. ESG 열풍은 근원적으로 MZ세대의 소비자 주류 부상, 포용적 자본주의 부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 등에 기인한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정보화가 빠른 MZ세대는 지구 환경 문제와 사회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구 환경과 사회에 해를 끼치는 기업의 제품·서비스는 배격하고 이롭게 하는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택하는 소비자 행동주의가 발동하는 것이다. 즉, ESG 경영은 기업이 궁극적으로 고객의 마음을 잡아 성장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직결된 경영 활동이다. 결론적으로 ESG 경영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 및 성공 요건이요, 지속적으로 경영의 기본이 될 시대정신인 것이다.
 
올바른 ESG 경영의 확산을 위해서는 올바른 ESG 지표가 필수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ESG 지표가 ESG 경영, 투자, 정보공개 등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DJSI, MSCI, SASB 등 국내외에 수백 개의 ESG 지표가 난립하는 데 따른 기업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우리 정부가 작년 발표한 K-ESG 가이드라인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올바른 ESG 지표가 되려면 투명성, 객관성, 예측성 등 기본 요건을 충족하면서 무엇보다 ESG 지표가 추구하는 방향을 따르면 기업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올리는 기본 목표가 만족되어야 한다. 이 원칙을 적용해보면 현재의 국내외 ESG 지표들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지표라 해서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우리부터 ESG 지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고 그 성과를 소개하여 글로벌 지표의 개선에도 기여할 필요가 있다.
 
ESG 지표의 3대 항목 중 환경(E) 항목은 타 항목 대비 가장 양호한 편이나 에너지·원부자재·용수 사용, 온실가스·오염물질·폐기물 배출 등 기본 항목에 머물러 있어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환경 기술 개발을 통하여 자기 회사는 물론 기업 생태계 전체의 에너지·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이 더욱 중요한데 이를 높이 평가해 줄 지표가 없어 개선이 시급하다. 이를 통하여 기업의 에너지·환경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사회(S) 항목도 역시 인권, 노동, 다양성, 협력사 관계,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책임에 너무 치우쳐 있어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건강, 안전, 편의, 성장 등 사회가 추구하는 비전 실현과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이 더욱 중요한데 이에 대한 평가지표가 미흡하여 역시 개선이 시급하다. 환경 분야와 마찬가지로 지표 개선으로 사회의 비전 실현과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에 기업이 앞장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지배구조(G) 항목은 지배구조의 의미에 대한 오해 해소가 시급하다. G(Governance)는 소유의 지배구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의사 결정의 지배구조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 이사회, 감사기구, 주주 관계 등 소유의 지배구조에 집중된 지표는 사내 의사 소통 및 노사 협의 기구, 젠더·연령·인종 등 기업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시급하다.
 
결국 ESG 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함으로써 기업의 자발적 참여도 유도하여 우리가 ESG 선도 기업·국가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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