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노마드족 머니무브] "0.1%라도 더 받으려면"…발품ˑ손품도 마다않는다

2022-07-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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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재테크 지형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각광을 받았던 주식과 코인 등 리스크 높은 투자시장이 얼어붙고, 대신 예·적금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높은 금리의 수신상품을 적극 찾아나서는 이용자, 이른바 '금리 노마드족'들이 늘고 있다. 
 

"주식·코인 말고 고금리 예·적금"··영업점 '오픈런'에 은행 앱 '광클'까지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권은 최근 잇따라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은 한국은행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반영해 지난 18일부터 정기예금과 적립식예금 33종에 대한 금리 인상에 나섰다. Sh수협은행은 수신상품에 대해 최대 1.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지방은행인 BNK경남은행도 19일을 기해 예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상향 조정해 제공하고 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과 상호금융권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리는 배경에는 한은의 사상 첫 빅스텝에 이어 연말까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된 상황과 정부 국정과제에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가 포함되는 등 수신금리 인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추세를 감안해 예·적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 작년 말 기준 690조원 수준이던 5대 은행 정기예·적금 잔액은 반 년 만인 올해 6월 말 722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에만 52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예·적금상품 금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권에서는 고금리 특판 가입을 위해 영업시간 전부터 영업점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실제 하루 방문 가입자 90명 한정으로 최고 연 6.0% 이자를 제공하는 1년 만기 적금 특판상품을 출시한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영업점 오픈 30분 만에 판매가 완료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금융 거래가 활발해지자 높은 고금리 상품을 찾아 '손품'을 파는 이용자들도 늘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난 11일 오전 10시 1000억원 한도로 내놓은 연 3.0% 금리의 100일 만기 예금상품 역시 많은 이용자들의 관심 속에 10분 만에 완판됐다. 
 

'연 10%' 특판상품 등장…파킹통장 경쟁도 치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22일 12개월 만기, 단리 기준 은행연합회 예금상품금리비교 공시. [표=은행연합회]

금리 상승과 주식 하락 등으로 고금리 예·적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연 10%에 육박하는 고금리 상품까지 나왔다. 시중은행도 평균 연 3%대 예금 금리를 내놓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년 만기 예금 상품의 최고 금리는 평균 연 3.092%로 집계됐다. 2013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연 3%대 예금상품이 지난달부터 속속 등장하면서 시중은행 예금 금리도 3%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대표 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준 각각 연 3.06%, 3.3% 금리가 적용된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3.2%, 우리은행의 ‘모이면 금리가 올라가는 예금’도 연 3.1~3.2%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1일 비대면 전용 정기예금 ‘NH올원e예금’을 내놓고 최대 연 3.3%의 금리를 주는 특판 이벤트를 시작했다. 만기까지 유지만 하면 연 3.4%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상품이며 1조원 한도다. 

​현재 은행에서 나온 적금 중 최고 금리 상품은 케이뱅크의 '핫딜적금X우리카드'다. 이 상품은 이름처럼 우리카드와 제휴한 상품이다. 금리 연 10%의 12개월 만기 상품으로, 월 최대 20만원까지 납부할 수 있다. 신한카드가 우체국과 손잡고 선보인 적금의 최대 금리는 연 9.7%까지 올라간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도 치열한 금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은 지역에 기반을 둔 만큼 대부분 고금리 특판을 ‘창구’에서만 판다. 서울 대림동 새마을금고는 지난 15일 하루 50명 한정 연 6% 적금 특판을 모집했으며 영업시간(오전 9시) 한참 전인 새벽 5시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금리 인상기인 만큼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상품도 인기다. 하루만 맡겨도 연 2∼3%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들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면서, 돈을 오래 넣어두지 않고서도 이자를 더 받으려는 소비자들의 돈이 몰리고 있다. 

OK저축은행의 ‘읏통장’은 최고 금리가 연 3.2%로 가장 높다. 그러나 금리가 적용되는 금액은 1000만원으로 비교적 적다. 1000만원이 넘는 금액엔 1% 금리를 준다. 페퍼저축은행의 ‘페퍼룰루 파킹통장’은 연 2.2% 금리를 주지만 한도가 300만원이다. 300만원 이상은 1.7%의 금리가 적용된다.

금리가 비교적 낮지만 최고 금리 적용 금액이 높은 곳들도 있다. SBI저축은행이 최근 출시한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은 조건 없이 연 2.2%를 주며 1억원까지 적용된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플러스박스’는 연 2.1%의 금리를 제공한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쌓인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최대 3억원까지 적용된다. 토스뱅크는 연 2% 금리를 1억원까지 주며 이자를 하루 단위로 정산해 받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속해서 금리가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에 상황을 봐가며 예·적금 전략을 세우는 금융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때문에 1년이나 6개월 단위 고금리 단기 예·적금은 물론 파킹통장으로 역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대금리 받기 힘드네" 10% 특판상품에 숨은 보험미끼?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금융창구에 '우체국 신한 우정적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금리 상품 쇼핑에 금융소비자들은 한층 들떴지만, 한편으로는 우대금리 조건을 겹겹이 두고 있어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금금리는 높아졌지만 우대금리 조건이 깐깐해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는 새마을금고 상품이 있다. ​연 11% 금리가 적용(가입기간 1년 기준)되는 정기적금 특판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보험(공제)에 가입한 뒤 보험료 10회 납입이 필수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적금 가입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케이뱅크가 판매하는 ‘핫딜적금X우리카드’의 경우 연 10%라는 은행권 최고 수준의 파격적인 금리 뒤에 여러 조건이 붙어 있다.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1.80%로, △마케팅 동의 △우리카드 사용 실적 △자동이체 또는 대중교통 실적 등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연 10% 금리를 챙길 수 있다. 

‘우체국 신한 우정적금’ 역시 최고 금리가 연 9.7%에 달하는 고금리 상품이지만 조건을 뜯어보면 기본금리는 1.9%에 불과하다. 나머지 7.05%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신한카드를 신규발급 받아서 3개월 내 20만원을 결제해야 한다. 

이 같은 마케팅은 역머니무브 국면에서 적금족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고객들은 ‘고금리 적금’이 사실상 미끼상품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 신용카드·보험 등의 가입 후 실적을 요구하거나 마이데이터 가입을 유도하는 금융권 일각의 끼워팔기 행태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면서 “금융소비자의 경우 은행연합회나 금융감독원 예·적금 비교 공시를 꼭 확인해 따져보고 똑똑한 금융 소비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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