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지난해 말 18개사에서 올해 상반기 23개사로 늘었다.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로,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전 세계적인 기업가치 하락에도 국내 벤처 생태계가 일군 성과라는 평가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신규 유니콘기업에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복수의결권 도입 등 관련 규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통해 유니콘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국내 유니콘기업 23개사… 상반기 5곳 추가 ‘역대 최다’
중기부는 올해 상반기 국내 유니콘기업이 총 23개사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7개사가 유니콘기업으로 추가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5개사가 새롭게 합류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새롭게 추가된 국내 유니콘기업은 △메가존클라우드(클라우드 서비스) △시프트업(모바일 게임 개발) △아이지에이웍스(빅데이터 플랫폼) △여기어때컴퍼니(O2O서비스 ‘여기어때’) △오아시스(신선식품 새벽배송 ‘오아시스마켓’) 등 총 5개사다.
이번에 추가 파악된 유니콘기업들을 포함하면 올해 상반기 기준 비상장기업으로 기업가치 1조원을 돌파한 이력이 있는 기업은 32개사로 지난해 말 27개사 대비 늘었다. 현재 유니콘기업에 포함되지 않은 9개사는 상장이나 인수합병(M&A) 등으로 제외됐다.
국내 유니콘기업 23개사는 국제 비교 시 주로 인용되는 미국 기업 분석회사 ‘시비인사이트(CB Insights)’에 등재된 15개사와 중기부가 투자업계와 국내외 매체 등을 통해 추가 파악한 8개사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시비인사이트 기준(15개사) 우리나라 순위는 미국(628개사), 중국(174개사), 인도(68개사) 등에 이어 세계 10위로 나타났다.
“데이터 기반 기업, 의미 각별… 스타트업 롤모델 돼달라”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신규 유니콘 기업 아이지에이웍스를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하고 정부의 글로벌 유니콘 성장 지원 의지를 표명했다. 아이지에이웍스는 2020년 중기부 예비유니콘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기업이며,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유니콘 대열에 올랐다.
특히 이 장관은 그동안 국내 유니콘기업은 플랫폼 기업이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아이지에이웍스는 데이터 기반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서비스 중심 플랫폼 기업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중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골목상권 잠식과 내수 시장 중심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국내 유니콘기업은 대부분 서비스 위주의 플랫폼 기업이었는데 이번엔 4차산업혁명, 디지털경제 시대에 손꼽히는 데이터 산업 분야에서 유니콘기업이 나와 의미가 더욱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니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되도록 신기술 창업 촉진, 스타트업 글로벌화, 민간 투자금 유입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아이지에이웍스가 글로벌 유니콘으로 자리매김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롤모델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복수의결권 도입 건의에… “방안 고민할 것”
이 장관과 아이지에이웍스 임직원들은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정부 정책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아이지에이웍스에 최초 투자한 프리미어파트너스의 김성은 대표도 참석했다.
마국성 아이지에이웍스 대표는 복수의결권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복수의결권은 벤처기업 창업자‧최고경영자가 보유한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낮아지게 되면 경영권을 잃고 투자자에게 휘둘릴 수 있어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현재 국회에 막혀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법안을 의결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의 반발로 법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마 대표는 “창업자의 지분율이 희석될 것을 우려해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을 기회가 있어도 주저하게 된다”며 “복수의결권이 도입되면 보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에 이 장관은 “국회에서 복수의결권을 발의했는데 (법안 상정이 안 됐다.) 일각에서 복수의결권이 재벌 기업의 승계나 세금 탈취, 적대적 M&A 수단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며 “하지만 (시장이) 예전 같지 않아 제도권 안에서 충분히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수의결권 법안은 재벌·대기업이 아닌 벤처‧스타트업을 위한 법”이라며 “벤처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가려면 투자가 빠질 수 없다. 벤처기업이 경영권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자금을 수혈할 수 있도록 (복수의결권 도입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를 설득하고 있지만 결국 정치(국회)랑 부처랑 붙으면 정치가 이긴다”며 “벤처기업계에선 복수의결권 도입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 목소리가 부처가 아닌 온전한 (벤처) 생태계의 목소리라는 걸 전달할 수 있도록 연대를 만드는 등 방안을 짜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