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은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안전진단과 함께 부동산 정비사업 3대 규제로 꼽히는 만큼 개편안 결과에 따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초환의) 적정선을 찾아 8월 주택공급대책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이 재초환 개편 관련 방향과 구체적 시기를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 장관은 “토지주, 사업시행자, 입주자, 지역 주민, 무주택 국민들까지 이익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그에 따른 모델을 주거공급혁신위원회에서 면밀히 짜고 있다”고 말했다.
재초환은 2006년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도입됐다. 재건축으로 큰 이익을 봤다면 정상적인 이익을 초과하는 부분은 해당 지역 주거환경복지를 위해 쓰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 2번의 특례가 적용되면서 실제로 이 제도가 적용된 단지는 거의 없다. 10여 년 동안 유예됐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다시 적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관련 법이 있음에도 사실상 17년째 집행을 못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까지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조합은 전국 63개 단지, 3만3800여 가구에 달하지만 2019년 이후 부담금이 실제 부과돼 징수까지 완료한 곳은 단 하나도 없다.
재건축초과이익은 재건축사업으로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초과해 조합에 귀속된 주택가액의 증가분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재건축이 끝난 후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초과이익을 산정하고, 여기에 부과율(10~50%)을 곱한 값이 재건축부담금이 된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 이하일 경우는 면제되고, 3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부터 2000만원 단위로 구간을 나눠 10%에서 최대 50%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징수된 재건축부담금은 국가 50%, 해당 특별시와 광역시·도 30%, 해당 시·군·구 20%씩 각각 귀속된다. 귀속분은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국민주택사업특별회계 등으로 쓰인다.
◆조합원 1인당 부담금 ‘눈덩이’…3000만원 기준 올려야
문제는 시세에 따라 부담금 규모가 너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1인당 부담금 규모가 수억원에 달하면서 논란이 돼 왔다.
실제 성동구 장미아파트는 5억원, 서초구 반포 3주구는 4억원, 강남구 대치쌍용 1차는 3억원의 부담금 예정액이 각각 통보됐다.
서울 은평구 연희빌라(서해그랑블)와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반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는 올해 3~4월 중 확정 부담금이 부과될 예정이었으나, 새 정부가 재초환 손질을 예고하면서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재초환 개편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110대 핵심 국정과제를 통해 부담금 부과 기준 금액 상향, 부과율 인하, 비용인정 항목 확대,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 부담금 납부 이연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재초환 완화를 공약한 바 있다.
국토부도 윤 대통령의 공약을 바탕으로 개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주자들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 기준이다. 현행 3000만원의 기준이 너무 낮다 보니 늘어나는 부담금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국회에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국면서 재초환과 관련한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정부·여당이 개편안을 추진할 경우, 정치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입법조사처도 개선 필요성 제기…‘바닥 경기’에 실효성 적다는 분석도
재초환 개편이 필요하다는 정부 보고서까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13일 발간한 보고서 ‘이슈와 논점-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의 쟁점과 논의과제’에 따르면, 재초환이 2006년 주택가격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재건축 초과이익의 산정기준과 부과방식 등이 산정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기준설정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도심 내 주거환경개선과 주택공급을 위해서 재건축사업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재초환이 원활하게 시행되기 위해 재건축초과이익의 산정기준부터 산정방식, 배분 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재검토 대상에 대해 △산정기준에 해당하는 초과이익 산정 시점 및 부과 대상 △산정 방식을 보여주는 부담금 부과율 △재건축 부담금의 배분 방식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재건축 초과이익 산정기준에서는 재건축 사업 개시 시점을 ‘추진위원회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추는 방안이 제시됐다. 관련 법(재초환)에 따라 재건축 부담금의 납부 의무자가 재건축 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추진위원회는 재건축사업의 권리 및 의무의 주체가 아니고, 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조직에 불과한 데도 추진위원회 승인일을 사업의 개시 시점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합리할 수 있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판단이다.
조합원에 대한 재건축 부담금 적용 기준도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는 부담금 총액을 전체 조합원 수로 나누는 방식인데, 조합원별 주택의 보유 및 거주 기간, 보유 목적 등을 반영해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가 “재건축사업 대상 주택 소유자가 ‘1가구 1주택자’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그 소유자에게 투기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재건축사업으로 얻는 이익도 ‘비정상적인 이익’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1가구 1주택자’나 ‘실거주 목적으로 장기간 주택 등을 보유한 자’에 대해 입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시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헌재는 2014년 9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5년여 만에 재판관 6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건축사업 개시 시점의 주택가액과 종료 시점의 주택가액 산정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 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초환 개편안이 적용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금리 등 외부 요인으로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재건축으로 가격 급등 여지는 적은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재건축으로 인한 부작용은 나올 만큼 나왔다”면서 “법 자체를 폐지하지 않는 이상 시장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