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한도 높인다지만...' 中봉쇄·고환율에 우울한 면세업계, 타개책 찾기 고심

2022-07-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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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 혜택 늘리고 환율 보상…'내국인 마케팅 강화'

역직구몰 오픈하고 국상품 해외 판매 '신성장동력'

환율 상승에 한산한 서울 시내의 한 면세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위기에 봉착한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8년 만에 면세한도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중국 봉쇄’에 고환율로 인한 면세쇼핑 위축과 코로나19 재유행 조짐 등으로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타개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여행자 휴대품 관세 면세 한도를 600달러(약 79만 5000원)에서 800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면세 한도 상향은 2014년 이후 8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어온 관광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이후 고정돼 있는 여행자휴대품 면세 한도의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600달러로 설정해 놓은 기간이 한참 됐기 때문에 여러 상황 변화를 감안해 200달러 정도를 올려서 (한도를) 800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업계를 지원하고 해외 소비의 내수 전환 유도를 위해 5000달러였던 내국인의 면세품 구입한도를 폐지한 바 있다.

면세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시름이 깊은 모습이다. 전체 매출의 90% 수준에 달하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큰손’들이 본격적으로 찾아오기 전까지는 매출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환율도 복병이 되고 있다. 면세점은 달러를 기준으로 제품을 판매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환율 상승분이 세금 감소분을 넘어서며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지고 있다. 면세점업체들은 ‘환율 보상제’ 등을 통해 면세품 쇼핑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 재확산 기미가 보이면서 내수 매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 한도 상향 등 제도개선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지만, 내국인의 매출 비중이 높지 않다 보니 업황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재확산 분위기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다들 내국인 잡기에 집중하면서 돌파구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국인 마케팅 강화’…돌파구 찾는 면세업계
 
이에 면세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 주요 고객인 내국인 고객을 위한 마케팅 활동 강화에 나섰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5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4535억원으로 4월(1조3832억원)보다 5.1% 증가했다. 이 가운데 내국인 매출은 1225억원으로 전달 대비 12.6%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 160% 급증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높아진 환율로 면세품 쇼핑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을 위해 ‘환율 보상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면세점 시내점에서는 매장 기준 환율이 1250원 초과 1300원 이하일 경우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276만원, 1300원 초과일 때는 최대 286만원 상당의 LDF 페이를 증정한다. 롯데인터넷면세점에서도 기준 환율이 1250원 이상일 경우 구매 금액에 따라 즉시 사용 가능한 더드림 포인트를 최대 175달러 증정한다.
 
지난 18일에는 현대카드와 손잡고 사용처에 관계없이 LDF 페이가 자동 적립되는 신용카드를 업계 최초로 론칭했다. 항공, 숙박 등 여행 관련 업종에서 사용한 내역을 통해 롯데면세점 포인트가 적립되는 방식이다.
 
신세계면세점은 내국인 고객 확보를 위해 고객 록인(lock-in)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내국인 매출은 1월~3월 대비 164% 증가했다. 특히 6월 인천공항 매출은 2019년 대비 20%까지 회복된 상태다. 7월은 여객수가 더욱 늘어남에 따라 26%까지 회복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백화점과 멤버십 제휴를 맺고 면세점 VIP회원에게 백화점 VIP회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고객의 해외 방문 횟수는 1년에 1~3번 수준이었다. 이렇다보니 VIP고객들의 면세 서비스 이용 기회 적고, 충성도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면세점과 백화점을 연결해 여행을 가지 않는 일상에서도 VIP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신세계면세점은 고객 방문 유도를 위해 번개장터와 함께 하는 래플 이벤트, 라이브 방송 등 수시로 고객이 신세계면세점 온라인몰 등에 방문해 회원 유치 및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매장에서는 벨기에 설치미술가 커스텐횔러의 작품 Y 전시, 아트스페이스에서 국내 작가들 작품 전시 등 예술 작품 전시를 진행 중이다.
 
신라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유료 멤버십 ‘SHILLA &(신라앤)’을 론칭했다. 200명 한정으로 회원을 모집해 가입비 30만원으로 38만원 상당의 면세점 포인트를 비롯해 신라호텔, 여행사 등과의 제휴 혜택과 가입 웰컴 기프트 등을 제공한다. 제공되는 포인트와 멤버십 등급은 신라면세점 가입 계정으로 익일 자동 지급되고 웰컴 기프트와 멤버십 실물 카드는 신라면세점 서울점 컨시어지 방문시 제공된다. 멤버십의 유지기간은 2023년 1월 31일까지로 6개월간 지속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내국인 전용 멤버십 ‘클럽 트래블(Club Travel)’을 선보였다. 면세점 쇼핑·여행·문화생활 할인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올해까지 클럽트래블을 가입한 고객에게는 현대백화점면세점 온·오프라인 멤버십 등급 업그레이드 혜택을 제공한다. 온라인 멤버십 등급을 가장 높은 H.VVIP(H.V+, 유효기간 2년) 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해 주고, 오프라인 멤버십 등급도 기본 등급(실버)에서 골드(유효기간 3년) 등급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에서 이용 가능한 할인 쿠폰, 백화점 F&B 브랜드(일부 브랜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역직구몰’로 외국인 쇼핑 수요까지 잡는다
 
정부는 최근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이달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면세품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방문하지 않아도 국내 면세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국내 면세점 업체들은 새로운 수익모델로 국내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면세품 온라인 해외판매(역직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중문 온라인몰 및 자사 앱에 별도의 ‘역직구관’을 오픈해 중화권 고객에 인기 있는 K 뷰티, 패션, 건강기능식품 등 한국 브랜드 제품 총 3000여 아이템을 선보였다. K 뷰티 제품으로는 ’설화수’, ‘후’, ‘비디비치’ 등 약 100여개 브랜드의 2000개 이상의 상품을 준비했으며, ‘육심원’, ‘오아이오아이’, ‘스트레치엔젤스’ 등 약 40여개 국내 유명 패션 브랜드의 1300여 가지 상품을 판매한다.
 
신라면세점은 역직구 서비스를 위해 지난 6월 중국 물류 플랫폼이자 알리바바 자회사인 ‘차이냐오(Cainiao Network)’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차이냐오’는 한국 내 물류 작업부터 중국 내륙까지 신라면세점 상품 배송을 모두 담당한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은 집 앞까지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라인터넷면세점 중국몰은 국산품 온라인 해외판매(역직구) 서비스를 오픈하고, 중국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한국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패션 등 다양한 한국 브랜드 상품의 판매를 시작했다. ‘설화수’, ‘헤라’, ‘메디힐’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와 ‘정관장’, ‘에버 콜라겐’ 등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등 총 53여개 국내 브랜드의 인기상품 300여종을 판매한다.
 
롯데면세점도 롯데인터넷면세점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내에 영문 버전으로 역직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일문과 중문 등 다양한 언어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연내 오픈을 목표로 중문 버전의 역직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해외관광객이 국내에 방문하자 정부가 국산품의 해외 직판매를 허용해주면서 역직구몰을 열게 됐다”면서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국내 기업들의 판로를 확장하고, 상대적으로 현지 고객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면세점업체 특성을 살려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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