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녹이는 더위, 꺼지지 않는 산불'…폭염, 유럽을 태운다

2022-07-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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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병으로 한 주에 수백명 사망

전문가들은 폭염 원인으로 기후위기 지목

 

18일(현지시간) 스페인 자모라에서 폭염으로 산불이 발생한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이 역대 최악의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폭염으로 도로가 녹아 훼손되고 수백 명이 열사병에 쓰러져 간다. 현재 유럽은 지구 종말급(apocalypse) 더위를 마주하고 있다고 가디언과 블룸버그통신 등이 18일 보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영국이다. 영국 당국은 폭염으로 인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잉글랜드 전역에 '적색 극한의 위험' 경보를 내린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이날도 런던 등 영국 남동부는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019년 7월 케임브리지에서 관측된 영국 최고 기온인 38.7도를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 
폭염은 도로를 변형시키는 등 사회기반시설(SOC)마저 훼손시켰다. 철이 녹거나 휘자 영국 당국은 부랴부랴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영국 런던의 루틴 공항과 공군 브라이즈 노턴 기지에서는 고온에 활주로가 녹아 부풀어 오르면서 비행이 중단됐다. 영국의 네트워크 레일은 런던 중심부의 철도 선로에서 폭염에 따른 뒤틀림이 보고돼 열차 속도를 줄이도록 하거나 일부 열차 운행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철도 위 온도는 섭씨 48도를 웃돈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영국은 평소 온화한 기후를 보여 폭염 대책이 없는 수준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은 극심한 더위를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며 "영국에 에어컨이 있는 집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 남유럽에는 폭염으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40도가 넘는 고온과 건조한 기후가 동시에 나타나 산불을 일으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최고 기온이 43도까지 오르자 정부는 '종말급 폭염'이라고 경고했다. 약 2만5000명이 보르도 서쪽 지롱드 데파르망에서 집, 캠프장을 버리고 피난에 떠났다. 포르투갈에서는 현재도 1000명이 넘는 소방관이 차량 285대와 항공기 14대를 동원해 9건의 산불을 진압 중이다. 포르투갈 당국은 지난주 산불 피해 규모를 최대 1만5000헥타르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여의도 면적에 125배에 해당하는 크기다.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도 수백 명에 이른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 공중보건연구소는 지난주에만 더위로 510명이 사망했고 16일에만 15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주 포르투갈에서도 폭염으로 659명이 숨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유럽을 덮친 이번 폭염의 원인을 기후위기에서 찾고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지난 6월 국제학술지 '기후환경연구저널'에 관련 논문을 실은 연구진은 기후 위기가 폭염을 악화시킨다고 했다. 연구 공동 저자인 프리데리케 오토는 6월에 유럽에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북반구 전역의 폭염을 보며 "연구에서 서술한 것처럼 폭염의 빈도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독일 환경부 장관 슈테피 렘케는 기후 위기로 인해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기후 보호와 적응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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