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못 해먹겠다'… 우크라 전쟁에 분열하는 유럽 정치

2022-07-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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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인플레까지…각 세우는 유럽 정치권

이탈리아 금융시장 요동…유로존 전체로 확산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정치가 분열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극심한 경제 위기 여파에 정치권이 각을 세운다. 프랑스는 극우가 돌풍을 일으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고, 보리스 존스 영국 총리는 스캔들에 휘말리며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 이탈리아에서는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더는 못 하겠다’며 총리직을 사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전쟁에 인플레까지…대립각 세우는 유럽 정치권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드라기 총리가 이날 사임서를 제출하자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반려했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을 두고 분열돼 있다. 이탈리아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M5S)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대화를 통한 전쟁 해결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생활비 위기를 겪는 가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러시아 제재와 경제 개혁 등을 주장하는 드라기 총리의 입장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긴 논의 끝에도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았다. 오성운동이 정부 지지를 철회하자, 드라기 총리는 더 이상 연정을 이끌 수 없다면서 ‘사임’ 결단을 내렸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이날 늦게 총리직 사임을 반려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외신들은 이번 드라기 총리의 사임 사태가 유럽이 겪고 있는 정치, 경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WSJ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 및 생활비 상승 등의 문제가 결합하면서 유럽의 정치적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여권 앙상블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20년 만에 처음으로 헝(hung) 의회가 탄생했다. 법안 단독 처리가 막힌 만큼,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험난할 전망이다. 존슨 영국 총리는 일련의 스캔들로 인해 당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유럽 전역이 러시아 전쟁, 인플레이션, 에너지 부족 등 갑자기 출몰한 여러 문제에 휩쓸리면서, 각 사안을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더구나 총선 등 선거를 앞두고 표몰이를 하기 위한 전략도 정치 분열을 부추긴다. 오성운동은 포퓰리즘적 성향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었으나, 4년 전 연립정부에 합류한 후 정체성이 약화하면서 유권자의 대부분을 잃었다고 WSJ는 짚었다. 가계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오성운동의 주장은 남부 지역 저소득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드라기 내각은 중도성향이다.
 
이탈리아 금융시장 요동…유로존 전체로 확산
사임 소식이 전해진 뒤 이탈리아의 금융시장이 휘청이면서, 유로존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FTSE MIB)는 인테사 산파올로(Intesa Sanpaolo), 우니크레디트 등 은행주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3.4% 하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50지수는 1.66% 하락한 3396.61로 거래를 종료했다.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0.9984달러까지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하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ECB는 오는 21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금리인상 폭을 결정한다. 또한 21일은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스를 보내는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이 재개되는 날이기도 하다. 유럽은 러시아가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유럽의 경제는 암울하다. EU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EU집행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2022년 하계 (중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유로존 19개국 회원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올해 2.6%, 내년 1.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만 해도 유로존의 실질 GDP가 전년 대비 올해 2.7%, 내년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2023년 전망치는 2개월여 만에 약 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연평균 인플레이션은 올해 유로존은 7.6%, EU는 8.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두 달 전에 고려했던 많은 위험이 그동안 현실화했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및 식품 가격 급등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고 가계의 구매력을 약화하며 이전에 가정했던 것보다 더 빠른 통화 정책 대응을 촉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이번에 수정한 예상치보다 실제 인플레이션은 더 높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로화의 달러 환산 가치를 2022년 1.06달러, 2023년 1.05달러를 기반으로 인플레이션을 전망했는데 최근 유로화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져서다. 유로 약세는 수입 상품의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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