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13일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를 나타냈다. '빅 스텝'은 시장이 충분히 예상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유럽의 에너지 위기, 우리나라 무역적자 확대 등 외환시장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계속 안정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5.2원 내린 달러당 1306.9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6원 내린 1307.5원에 개장한 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나오자 낙폭을 키워 한때 1302.1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전날 장중 1316원을 넘으며 연 고점을 돌파했지만 빅 스텝 이후 오히려 급등세가 진정된 것이다.
다만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국 시간으로 이날 밤에 발표될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리고 있다. 현재 CPI 상승률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전년 동월 대비 8.8% 수준이다. CPI 결과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향방을 좌우할 수 있어 시장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앞서 5월 미국 CPI 상승률이 8.6%로 치솟은 충격에 지난달 13일 국내 증시가 3∼4%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5원 넘게 치솟은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6월 CPI 상승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금통위가 단행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됐기 때문에 이날 환율은 달러 강세 부담이 일시 완화된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원화 약세 흐름 및 물가 수준 관련 발언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2분기 미국 기업 실적 발표는 향후 글로벌 경기 침체 여부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이익이 예상치보다 낮을 경우 경기 침체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여 달러화 강세를 부추길 수 있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4분기 평균 1320원까지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무역수지가 중국, 독일, 대만 등과는 달리 지난해 말 이후 적자로 반전됐으며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원화에 불리한 환경"이라면서 "다만 장기 위주로 바뀐 부채 구조, 순대외자산이 플러스라는 점은 외환보유액 감소가 위기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이어졌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분명 차별화된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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