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6200조' 中공모펀드 시장서 월가 공룡들 "돈 벌기 어렵네"

2022-07-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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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보수 절반 떼 가는 로컬 펀드판매사

중국증시 하락장 속 수익률도 '저조'

규제 막혀 연봉도 제한···인재 유치 어려움

놓칠 수 없는 6200조 中공모펀드 시장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중국서 뮤추얼펀드(공모펀드) 라이선스를 따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지난해 9월 외국계 금융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서 독자적으로 공모펀드를 출시해 닷새간 67억 위안(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운용수입은 초라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윈드사에 따르면 블랙록은 지난해 '고객유지비'라는 명목으로 펀드 위탁판매사인 현지 은행·증권사 등에 운용보수의 48%를 나눠줘야 했다. 

블랙록의 사례는 6200조원이 넘는 중국 공모시장에 진출한 월가 공룡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현지 펀드 판매사에 지불하는 높은 수수료, 치열한 경쟁, 인재 쟁탈전, 중국증시 하락 등 여파로 이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중국 뮤추얼 펀드 시장에서 수익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블룸버그는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高수수료 떼 가는 로컬 펀드판매사
블랙록뿐만 아니다. JP모건,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푸르덴셜 등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해 중국 뮤추얼펀드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공룡도 지난해 현지 펀드 판매사에 2020년보다 더 높은 비율의 수수료를 운용보수에서 떼어내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 소재 펀드 컨설팅업체 지벤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중국 현지 펀드 판매사들은 지난해 펀드 운용보수의 평균 28%를 수수료로 떼 갔다. 2020년 26%에서 한층 더 높아진 수준이다. 

펀드 판매사들의 운용보수 '떼 먹기'는 중국증시가 대폭락했던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은행들의 자사 금융상품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펀드 운용사들이 수익을 일부 ‘희생’했던 관행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 현지서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증권사들은 광범위한 점포망, 온라인 판매플랫폼을 기반으로 경쟁력도 높아졌다. 

자산운용사가 운용보수에서 펀드 판매사에 떼 주는 수수료 비율이 점차 높아지다 보니 2020년 중국 정부는 이 비율을 50%로 상한선으로 두고 제한했을 정도다. 

중국 투자운용사인 신후차이푸(新湖財富)투자의 루하이양 부사장은 블룸버그에 “펀드 판매사에 더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게 블랙록과 같은 신규 시장 진입자에겐 메리트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지 판매사가 고객들에게 블랙록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산운용사라는 사실을 적극 세일즈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루 부사장은 블랙록은 앞으로도 당분간 신규 펀드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판매사에 높은 수수료를 떼어줄 것으로 전망했다.  

수수료를 많이 떼 가긴 하지만,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은행·증권사 등을 통하지 않고 펀드를 직접 판매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산운용 컨설팅사인 선전달러 테크놀로지의 저우샤오제 마케팅 이사는 블룸버그에 “펀드를 직접 판매하려면 손익 분기점이 10억 위안에 달한다”며 “특히 온라인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건 더 비싸다”고 말했다.
 
중국증시 하락장 속 수익률도 '저조'
올 초부터 이어진 중국증시 하락세에 공모펀드 수익률도 썩 좋지는 않다. 

블랙록이 지난해 9월 중국서 처음 출시한 제1호 공모펀드는 연초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투자자 환매가 이어지기도 했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록의 '차이나뉴호라이즌 혼합증권투자펀드' 자금 운용규모는 출시 초기 67억 위안에서 올 3월 말 기준 50억 위안으로 쪼그라 들었다. 

최근 들어 중국 증시가 다시 강세를 보이며 서서히 낙폭을 만회해 가고 있긴 하다. 펀드 출시일 기준으로 3월 말 -27.6%까지 하락했던 수익률은 7월 7일 기준 -6%로 낙폭을 줄였다. 같은 기간 중국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CSI300이 11%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규제 막혀 연봉도 제한···인재 유치 어려움
최근 중국이 공모펀드 시장을 개방하면서 안 그래도 광파기금, 이팡다, 난팡기금, 화샤기금 등 중국 본토 펀드운용사가 꽉 잡고 있는 시장 내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게다가 당국의 규제 등으로 인재를 유치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점도 외국계 금융사가 극복할 과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모두가 잘 사는 ‘공동부유’ 기조에 따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에 직원들의 현금 보상책 규모를 축소하고 보너스 지급을 연기하는 등의 압박을 넣었다는 보도도 외신을 통해 흘러나온 바 있다. 

해리 핸들리 지벤 어드바이저스 선임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경쟁이 한층 더 심화하고 인재 유치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국계 금융사들은 전략을 실행할 때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월가 공룡들은 중국 뮤추얼펀드 시장 성장세를 낙관적으로 보고 '장기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현재 중국에서 블랙록, 피델리티, 뉴버거버먼이 독자적으로 공모펀드 운용사를 설립했으며, 슈로더, 얼라이언스번스틴, 반에크 등 외국계 금융사들도 줄줄이 공모펀드 라이선스를 신청한 상태다. 
 
놓칠 수 없는 6200조 中공모펀드 시장
중국기금보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중국 공모펀드 운용규모는 32조 위안(약 6200조원)을 돌파, 은행권 자산관리상품(WMP) 운용규모도 넘어섰다. 현재 공모펀드는 중국 전체 자산운용 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잔 찬 블랙록 중화권지역 대표는 블룸버그에 "올해 시장은 엄청나게 도전적이지만, 중국에서의 플랫폼 구축·펀드 출시·현지 역량 구축은 향후 장기적으로 성장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JP모건이 중국 내 설립한 합작 펀드운용사 상터우모건(上投摩根)의 에디 웡 최고경영자(CEO)도 "중국 자산운용 시장은 국내외 펀드 운용사에 거대한 성장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쑨구이핑 상하이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 경쟁은 확실히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자신만의 포지셔닝을 모색하고, 현지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비교적 좋은 실적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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