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위기'로 민생 고통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여야가 자신들 정치적 입장만 내세워 '국회 파행'을 무작정 이어갈 수는 없다는 현실론 속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정상화가 '여야 협치'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재인 정부 말 임명된 공공기관장 퇴진 문제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논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후속 조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 등에서 여야는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전 정부에서 임명돼 노골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정권 교체 후에도 남은 임기를 유지하며 월급과 각종 혜택 등을 받고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는 주장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 실명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전현희·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국무회의 참석 배제 논란에 "굳이 올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여당은 국정감사 등으로 전 정부 인사들이 속한 기관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민주당 측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여권이 전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막상 자기들이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에 대해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이다.
②3년 전 靑 외교‧안보 라인에서 무슨 일이=대북 정책 관련 문재인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여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현재로선 실무진이 표적이지만 더 높은 곳을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신색깔론'을 경계하고 있다.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3년 전 북한 선박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을 때 당시 청와대가 군 조치와 관련해 박한기 당시 합동참모본부의장을 조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군은 2019년 7월 27일 NLL을 넘어 남하한 북한 목선을 예인해 조사한 뒤 북한으로 송환했다. 그러나 박 전 의장은 같은 해 8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민정수석실이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을 불러 군사 작전에 대해 직접 조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기호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동해 NLL을 넘어 월남한 어선을 나포해 심문했다는 이유로 청와대 행정관이 박 전 의장을 불러 4시간 조사했다"며 "제보로는 동해상으로 월남한 어선들을 강제로 밀어내기식으로 쫓아낸 사례가 다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제는 국방 태세를 와해시킨 데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③사개특위 '화약고' 어찌할꼬=국회 파행 원인인 '사개특위'라는 화약고도 여전하다. 한국형 FBI(연방수사국)로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등을 논의할 사개특위는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대표적 후속 작업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사개특위 구성과 관련해 이런저런 조건을 많이 붙였는데,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재논의하거나 여야 5대 5 동수로 하고 위원장을 우리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 사개특위 운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 조건을 민주당이 수용하지 못하면 사개특위 운영과 관련한 논의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것(사태특위)은 원 구성과도 전혀 관계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 이상 논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양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약속 대 약속을 이행할 의무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상화를 통한 국회 개혁과 사개특위 운영 등 쟁점에 대해서는 상임위원장 선출과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