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의 호소] "최저임금 인상에 경영·인력난 심화… 내년도 동결해야"

2022-06-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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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 촉구 기자회견

체감 임금 1만1000원인데… 원자재 가격 인상 등 경영 악재도 계속

지급 여력 없어 인력 고용 못 해… 최저임금 인상 시 인력난 가중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는 6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2023년도 최저임금 동결 촉구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중기중앙회]

“우리도 여력만 된다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더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임금 인상을 위해 빚을 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중소기업계가 기업 생존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들은 물가 인상 등으로 인한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며 최저임금 결정 시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는 2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2023년도 최저임금 동결 촉구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 적용의 직접 당사자인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노동인력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은 41.6%나 인상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동생산성을 초과하는 인상이 지속되다 보니 지난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322만명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국가에 없는 주휴수당 제도가 있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이 체감하는 최저임금은 1만1000원”이라며 “4대보험과 퇴직금까지 감안하면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최저임금 916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휴수당 포함 시급은 1만992원, 월급(주 40시간 기준)은 191만4440원이다. 여기에 4대보험료(21만621원), 퇴직금(15만9537원), 연차수당(9만1600원) 등 의무 비용을 추가하면 근로자 1명을 고용하는 데 월 238만원이 필요하다. 

주보원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은 “열악한 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중소기업도 살리고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지킬 수 있도록 동결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어려운데 임금 부담 가중··· “사업 유지 힘들다”
이 자리에 참여한 19개 업종별 협동조합 및 협회 대표들은 저마다의 현장 애로를 전달했다.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상승한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원자재 가격 폭등과 금리 인상으로 벼랑 끝에 놓였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상웅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했다. 스팀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석탄 가격은 3배 이상 급등했다”며 “이미 4대보험에 주휴수당까지 사업주가 부담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사업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윤영발 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매출이 최대 90% 감소했다”며 “올해부터는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 사업장에도 공휴일이 유급휴일로 지정되면서 엄청난 고통 속에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저임금 인상 시 인력 감축··· “숙련공 확보도 어려워져”
특히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시 인력난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도 지급 여력이 안 돼 인력을 고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더 인상되면 기존 인력마저 감축해야 한다는 하소연이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감축으로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8%는 기존인력을 감원하겠다고 했고, 36.8%는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고 응답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고용감축 응답률이 56.0%(기존인력 감원 10.3%+신규채용 축소 45.7%)로 나타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 응답자의 47.0%는 ‘대책 없음(모름)’을 꼽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동명 한국전시행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킨텍스, 코엑스 등 전시장에서 여는 전시는 전부 사람이 하는 것이라 인건비가 올라가면 수익을 남기기 위해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전시를 한 번 할 때마다 1만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절반을 줄여야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시산업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키오스크, 자동화 기기 도입 등 무인화가 가속화될 거란 주장도 제기됐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 시 셀프주유소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며 “현재 주유소당 평균 4.5명을 고용하고 있으나 셀프주유소 전환 시 절반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가 6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2023년 최저임금 동결 촉구 중소기업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근로자의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 시 중위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임금 인상 압박도 커지는데, 이를 전부 감당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서는 숙련공 확보가 어려워지거나 미숙련 근로자를 양성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장은 “건설기계정비업체는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현재도 최저임금을 맞추기 힘들어 20%가량이 폐업 위기에 몰려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시 중위임금도 올라가기 때문에 사업주 부담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박길수 한국고소작업대임대업협동조합 고문도 “최저임금으로 인해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 인재 투자를 할 수 없다 보니 기술자 양성이 어렵다”며 “현장 근로자 평균 연령이 60대를 넘어서고, 70대 할아버지가 중장비를 다루고 있다. 기술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어 암담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업종별 구분적용 목소리 여전··· 정부 연구 착수에 기대감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필요성도 재차 언급됐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6일 제4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쳤으나 최종 부결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은 전 업종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다만 중소기업계는 차등 적용 논의가 진전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내후년 최저임금 결정 시 반드시 재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이 있고, 업종 간 지불 능력 차이가 현격한 만큼 업종별 최저임금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은 업종별로 최대 52.9%p까지 벌어졌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전체 임금근로자 중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을 뜻한다. 농림어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54.8%, 숙박·음식점업은 40.2%인 반면 정보통신업은 1.9%,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3.5%로 나타났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이처럼 높다면 최저임금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영세 업종을 배려하기 위해 업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중소기업계에서는 매년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업종별 구분적용을 강조해 왔으나 번번이 주장에 그쳤다”며 “하지만 올해는 공익위원들 사이에서 상당수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저임금위원회 권고안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최저임금 구분적용의 필요성과 방법론에 대해 연구를 하기로 한 만큼 내년이나 후년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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