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중소기업‧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이 평균 42% 인상되고 코로나19 장기화와 물가 인상 등으로 경영 애로가 커진 만큼, 법에 명시된 차등화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3차 전원회의가 열린다. 인상 폭에 대한 노사 간 간극이 커 협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측의 간극은 최대 시간당 2700원에 달한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을 업종 별로 최대 52.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전체 임금근로자 중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을 뜻한다. 농림어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54.8%, 숙박·음식점업은 40.2%인 반면 정보통신업은 1.9%,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3.5%로 나타났다.
이처럼 업종 간 지불능력 차이가 현격한 만큼 업종별 최저임금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요구다. 정경재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숙박업과 정보통신업의 생산성 차이가 현격한데 최저임금이 동일한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현실을 반영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업종별로 다르게 책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차등화는 법으로도 보장돼 있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은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업종별 차등 적용을 시행한 바 있다. 식료품·섬유·의복을 비롯한 12개 업종을 1군, 음료품·담배·가구 등 16개 업종을 2군으로 분류해, 1군 업종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는 모든 산업에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왔다. 경영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차등화를 요구해 왔으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번번이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혔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차등 적용에 대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를 거론한 바 있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업종별 차등화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다.
코로나19와 물가 인상 등으로 경영 부담이 커졌다는 점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는 배경이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6곳(59.5%)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53.2%)하거나 인하(6.3%)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경영 및 고용 악화로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조사에서 현재 정상적인 임금 지급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29.0%에 달하고, 인건비 증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33.2%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인상 대응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코로나19로 커진 양극화의 해법은 결국 일자리 창출에 있다”며 “최근의 고용시장 훈풍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는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감안한 최저임금 속도조절과 구분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