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환율 방어는 각국 중앙은행 목표가 성장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로 바뀌는 새로운 환율정책의 경향을 말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앞서 각국이 낮은 인플레이션이 특징이었던 2007~2009년 금융위기 기간의 외환정책에서 벗어나 이러한 역환율 전쟁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통상 베트남과 같은 신흥국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으로 저환율을 선호하지만, 최근과 같은 인플레이션 상승 국면에는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선다는 것이다.
21일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중앙은행(SBV)의 최근 외환보유액은 1000억 달러(약 130조35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까지 외환보유액이 역대 최대치인 1100억 달러 수준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거의 100억 달러의 매도가 이뤄졌다. 사실상 중앙은행의 역환율 방어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팜찌꽝 SBV 통화정책부 부국장은 “2022년 초부터 국제시장이 복잡하고 예상치 못한 발전을 거듭해 글로벌 경제금융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1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가 있는 중앙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화를 계속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속에서 필수 품목을 수입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외화 수요가 적시에 충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지난 3월부터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동화는 올해 지금까지 미국 달러에 대해 약 2% 정도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의 경우 원화는 10%, 유로화와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는 각각 12%, 14%, 4.5%, 터키 리라화는 48% 이상이 평가절하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동화가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는 이유로 풍부한 달러 공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롱비엣(VDSC)증권의 프엉 응우옌 애널리스트는 “베트남의 올해 무역 흑자 폭이 두드러진다”며 “이러한 흑자 기조는 풍부한 달러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4월까지 베트남의 무역 흑자는 25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8.7% 상승했다.
응오당꾸아 HSBC(홍콩상하이은행) 베트남 외환국장은 최근 미국의 대 베트남 투자가 이어지면서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액과 달러 송금이 늘어나는 것도 동화 강세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애플과 인텔 등 미국계 기업의 베트남 추가 투자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관련한 미국 자본들의 베트남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해외 베트남인 노동자들이 송금하는 달러 규모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베트남이 계속해서 달러 매도에 나서면, 외환보유고가 하락하면서 신용도 하락, 인플레이션 통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지 금융가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공공부채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외환보유고가 시장의 기대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대외적인 국가신용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석유 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갔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차 주요 원자재 가격에 상승압력이 오면 SBV는 선제적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해 중앙은행은 현재의 환율 등락과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중앙은행의 목표치와도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응우옌티홍 SVB 총재는 지난 13일 국회 3차 회기 경제위원회에 출석해 “우려했던 인플레이션은 적정선에서 잘 통제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중앙은행은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 거시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최우선을 두고 유연하게 환율을 계속 관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