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는 이날 오후 7시부터 국회에서 위원 9명 중 8명이 참석해 최근 '성 상납 및 증거 인멸 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지만 다음 달 7일로 결정을 미뤘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당 윤리위 심의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윤리위가 심의를 들어간 것 자체가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결과에 따라서 이 대표 개인의 정치생명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 권력 구도에도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이준석, 7일 윤리위 출석해 소명 "뭐가 달라지나"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징계할지 안 할지도 소명을 다 들어봐야할 것"이라며 "소명하지 않고 예단해서 징계 하겠다고 결정하고 소명을 듣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를 회의에 출석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절차상 순서가 있어서 그랬다"며 "애초부터 이 대표는 오늘(징계 결정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김 실장은 '증거 인멸 의혹 관련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 절차가 개시됐다. 이 위원장은 김 실장의 징계 수위에 대해 "이제 더 소명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다음 달 7일 윤리위에서 다뤄질 이 대표 징계 심의 안건에 대해선 "성 상납 의혹이 아니라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관한 품위 유지 위반을 심의할 것"이라며 "징계 절차 개시도 그런 내용으로 했었다"고 밝혔다.
반면 당 대표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 대표는 "저는 윤리위에 출석해 입장 밝히겠다는 의사를 여러 경로로 여러 차례 전달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 했다"며 "7월 7일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했는데, 모르겠다. 지금 2주 뒤에 무엇이 달라지는지 불분명하고 무엇이 달라지는 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저는 의아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길어지는 절차가 당 혼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리위 심사 전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을 로마의 최연소 집정관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에 빗대며 자신의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로마의 명장 스키피오는 포에니 전쟁에서 적장 한니발을 격파한 뒤 집정관직에 올랐지만 원로원에 의해 정치생명이 끊기면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번 사태는 강용석 변호사의 가로세로연구소가 지난해 12월 27일 방송에서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가세연은 이 대표가 2013년 8월 15일 대전의 한 주점과 호텔에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접대와 성 상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당시 대전에서 숙박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성접대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윤리위가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 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의혹은 더욱 짙어진 상태다.
가세연의 추가 보도에 따르면 김 실장은 가세연이 증인으로 지목한 장 모씨를 만나러 대전에 갔다. 가세연은 장씨가 이 대표의 술자리에 술값을 지불했고, 이 대표가 김 실장을 통해 장씨를 회유하거나 협박을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 김 실장이 장씨와 두 번째 만나 작성한 7억원 투자 약속 증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김 실장은 '이동규 피부과에 2월 초순까지 7억원을 투자 유치를 하겠습니다'라는 문서에 서명했다. 이를 두고 가세연은 이 대표 측이 장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달라는 대가로 증서를 써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 대표 측은 '증서는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게 작성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규 윤리위 규정 21조에 따르면 징계는 제명·탈당권유·당원권 정지·경고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탈당 권유'는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별도 의결 절차 없이 곧바로 제명 처분된다. '제명'은 위원회 의결 후 최고위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당원권 정지'는 최소 1개월~최장 3년이다. 이 대표의 경우 당원권 정지 이상의 처벌을 받지 않으면 당헌·당규상 대표직 유지가 가능하다. 만약 윤리위가 징계를 내린다면, 그 수위와 관계없이 이 대표는 '성 상납 의혹'으로 이미지에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이 대표 측이 징계자체를 거부하는 이유다.
만약 이 대표가 윤리위 징계를 받는 경우 이 대표를 향한 '자진사퇴'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되면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 구성에 착수해야 한다.
이에 그동안 이 대표와 신경전을 벌였던 정갑윤 의원 등 '친윤(윤석열계)' 인사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친윤계 의원들을 비롯해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 차기 당권 주자들은 이미 세력 구축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김기현 의원이 주도한 '혁신24 새로운 미래'의 첫 세미나에는 국회의원 46명이 참석했다. 안 의원은 친윤계 대표 주자인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미래혁신 포럼'에 오는 27일 참석해 당내 세력 확장에 나선다.
친윤계가 주도해 출범 예정이었다가 발족을 미룬 '민들레(민심들어볼래)' 모임 역시 조만간 계파 결집에 대한 오해를 해소한 뒤 출범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국민의힘 혁신위가 23일 공식 출범해 최재형 위원장을 포함한 15명의 인선을 완료했다. 친윤계가 이 대표의 '사조직'으로 공격하는 등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은 당의 혁신을 총괄할 혁신위가 출범하는 날"이라며 '앞으로 혁신위 활동을 통해 대선과 지방선거의 승리를 넘어 확실하게 의회에서도 다수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초를 닦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