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오는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를 앞두고 전국 선거구 47곳의 조직위원장 공모를 마무리했다. 조직위원장으로 선정이 되면 운영위원들의 의결을 거쳐서 총선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지역 당협위원장이 된다.
당협위원장은 총선 때 스스로 국회의원 공천 1순위가 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어서, 조직위원장 후보를 심사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조강특위는 전국 선거구 47곳의 조직위원장 공모를 지난 17일 마감했다. 다만 추가 모집을 한 천안시갑 지역구는 이날까지 조직위원장 후보를 접수 받는다.
이번 공모에선 초선 비례인 의원들 다수가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서를 냈다. 전주혜 의원은 서울 강동갑, 노용호 의원은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서정숙 의원은 경기 용인병 등에 지원서를 접수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조직위원장 인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오갔다. 조직위원장에 선정되면 해당 선거구의 운영위원회 의결을 통해 당협위원장으로 추대되기 때문이다. 당협위원장은 지역구 내 당원을 관리하는 동시에 공천관리위원회와 공천심사위원회 등에 공천 대상을 추천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앞서 일부 선거구에서는 '인사 내정설', '당협 쇼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진석 의원은 지난 6일 정미경 최고위원이 성남 분당을 조직위원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공천 혁신을 한다면서 측근인 정 최고위원을 분당을에 배치하는 것은 혁신도, 정도(正道)도 아니고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수원에서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 경선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정 의원은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을 운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나"라며 "저는 지난해 4·7 보궐선거와 올해 6·1 지방선거의 공관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공천에 대해 한마디 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 본인 편이라고 '페이버(호의)'를 주면 공천의 리더십이 서겠나. '납득할 수 있는 공천'이 공천 혁명의 요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미경 최고위원은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공개 반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9일 KBS 라디오에서 "전략적으로 탈환해와야 하는 지역이니까, 지난번처럼 또 시행착오를 겪으면 안 되니까 조강특위 심사기구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을 보내야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이 신인을 넣어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 그건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놀라서 (정 의원에게) 전화를 했다. 저를 이준석 당 대표의 측근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전화를 피하고 있고, 문자도 보냈지만 답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는 소신 발언을 하는 사람"이라며 "제 성격이 누구 측근을 하고 이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선거 때마다 '공천 잔혹사'…매번 되풀이되는 견제 장치 '법제화'
당협위원장은 공천권 등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는 자리인데 반해 그동안 선출 규정이 허술해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혁신위에서 공천 개혁 문제를 다루는 것을 두고는 당 내 의견이 분분하다. 당 일부에서는 총선이 1년 넘게 남은 상황인데 혁신위를 만들면 당 내 분란만 키울 소지가 크다며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특히 친윤(친 윤석열)계에서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혁신위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국민의힘에 또 다시 '공천 잔혹사'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보수당은 그동안 선거 시즌만 되면 '내부 총질'로 대표되는 권력 다툼이 불거져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친이(친 이명박)계가 친박(친 박근혜)계를 공천에서 대거 배제하며 '공천 학살' 논란이 불거졌다. 4년 뒤인 19대 총선 공천에서는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현역 컷오프(공천 배제) 25%' 원칙을 내세워 친이계를 대거 탈락시켰다. 이른바 '복수 혈전'이었던 셈이다.
'옥쇄 파동'으로 물의를 빚었던 20대 총선에서도 공천을 두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당시 친박계 인사들이 비박(비 박근혜)계를 공천에서 배제하며 권력 다툼의 강도가 절정을 찍었다.
지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때는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한국당의 텃밭이었던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에 확정됐다. 이후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공천에서 '사천'(사심이 담긴 공천) 의혹을 초래하며 거센 후폭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공천 부작용으로 인한 당 내홍은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다. 그동안 투명성 확보를 위해 '법제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공천 갈등' 반복될라 조심조심…조강특위 내부선 계량화 논의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강특위 위원장을 맡은 한기호 사무총장에게 정치권의 시선이 쏠린다. 조강특위는 새 조직위원장을 심사하고, 당무감사 결과를 토대로 당협위원장의 교체 여부를 결정한다.
복수의 조강특위 관계자에 따르면 조강특위는 당협위원장 선출 규정에 '경선 룰'을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의 당협위원장이 경쟁력이 낮은데도 '자기 정치'를 하려는 목적으로 선거에 나갔다가 내부 경선에서 낙마하는 상황 등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만약 당협위원장 자리에 복수의 후보자가 경합하면 일반 국민 여론조사나 당원 투표 등을 통해 자리를 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강특위는 당협위원장의 자격 요건도 손 볼 예정이다. 현행 당규는 9개의 부적격 기준을 두고 있는데,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도화 대신 기존의 운영 방식을 따를 수도 있다. 한 총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도나 룰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감당이 가능한 인사를 조강특위에서 제대로 인선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