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 1년 유예를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거래 활성화에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있지만 매수 수요자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매물만 늘어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1505건으로 작년 5월 4901건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이날 기준 6월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245건으로 동작구(138건), 강동구(11건), 중랑구(10건)를 제외한 22개 구는 한 자릿수 거래에 그칠 정도로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도 하락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8일 22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4월 기록한 신고가 26억5000만원보다 4억원 떨어진 것이다. 또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84㎡도 지난달 26일 21억원에 팔렸는데, 올해 2월 거래된 25억4000만원과 4억원 넘게 차이 난다.
한국부동산원 매매수급지수를 살펴보면 서울은 새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를 시행한 5월 둘째 주 이후 4주 연속(91.1→91.0→90.8→90.6→90.2)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는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부동산시장에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는 수요가 있더라도 대출이 나오지 않아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는 전·월세 시장과 비교하면 매매시장은 수요가 억제된 비정상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대출 규제로 인해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 부분이 해결돼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금리마저 오르며 매수심리는 더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금리가 오르면서 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4.40~6.80% 수준이다. 만약 서울에서 전용 84㎡ 아파트를 올해 1~4월 평균 매매가격인 12억8582만원에 산다고 가정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선(9억원까지는 40%, 이후 초과분은 20%)을 고려한 대출 금액은 4억3716만원이다.
이때 주담대 금리 하단인 4% 금리로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매달 원리금 지출은 209만원이다. 금리를 5.5%로 계산하면 매달 원리금 지출은 248만원으로 증가하고 만약 금리가 7%까지 오른다면 291만원으로 39%나 증가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현재 소득수준 대비 아파트 금융비용이 가계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아파트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고, 수요가 감소하면서 거래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해 안으로 7%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아파트 매입 수요 감소로 인한 아파트 가격 하락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