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정부 자료서 '동해'가 '일본해'로 둔갑…국제사회 설득 요원

2022-06-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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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제공한 자료 중 동해상에 ‘Sea of Japan’이라는 표기가 돼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정부 부처가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잘못 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해양수산부. 지난 6일 멸종 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가 서해 갯벌부터 시베리아까지 이동하는 걸 확인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한 것이다.
 
동해와 일본해 표기는 한·일 양국 모두에 민감한 이슈다. 관련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해 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달에도 유엔(UN)이 운영하는 지도 사이트에 동해가 ‘일본해’로 단독 표기된 것을 지적하며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유엔 193개 회원국(한국 제외)에 항의 메일 보내고 시정을 촉구했다.
 
이 밖에 우크라이나 정부 부처인 경제개발통상부 사이트 내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사실도 전해진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교육 플랫폼 웹사이트 내 10학년 지리 과목 일본 편에 수록된 지도 역시 독도를 다케시마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논란이 일었다.
 
미국 등도 ‘단일지명정책’을 근거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정부 발간물은 현재 널리 통용되는 영어식 명칭 중 하나만 채택해 사용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국제수로기구(IHO) 결의(1972년)와 유엔 지명표준화회의 결의(1977년) 등은 2개국 이상이 서로 다른 지명을 사용하는 경우 병기를 권고하고 있다. 다만 강제력이 없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국제사회를 향한 정부의 설득 노력이 절실한 시점에 오히려 우리 정부가 공식적인 자료에 동해 대신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하는 실수가 나왔다. 해수부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고 실수를 인정하고 자료를 재배포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담당 공무원의 실수 정도로 여기고 있다면 곤란하다. 정부 차원에서 '우리 것은 우리가 지킨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질 때다. 
 

[그래픽=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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