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장 동향] 기름값 아직 정점 아니다...국제 경유가격 한 주 만에 15달러 폭등

2022-06-04 07:00
  • 글자크기 설정
국내 주유소 경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선 지 일주일, 국제유가가 여전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아직 정점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올해 중에는 유가 안정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의 정제마진은 5월 셋째 주부터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해볼 만하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공급과잉으로 유가 상승 폭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저조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 EU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 합의, 중국 상하이 봉쇄해제 등 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
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월 첫째 주(5월 29일~6월 2일) 두바이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3.36달러 오른 배럴당 112.98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전주 대비 4.03달러 오른 배럴당 119.6달러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69달러 오른 배럴당 115.6달러로 집계됐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 합의가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일 EU는 러시아 석유 수입 부분적 금지, 러시아 석유 수송 보험 인수 금지,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방크(Sberbank)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 등이 포함된 6차 대러 제재안을 승인했다. 이 조치로 인해 EU는 6개월 내 러시아산 원유 해상 수입금지, 8개월 내 석유제품 수입금지를 시행하게 된다.

러시아는 EU의 석유 금수조치에 따른 손실분을 다른 수출지로 대체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EU 외 서방국가들도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꺼리고 있어 글로벌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수급 측면에서는 중국 봉쇄 해제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상하이시는 지난 1일부로 고위험 지역을 제외하고 사업 및 사무용 시설 개방을 허용하는 등 봉쇄 조치를 해제했다. 상하이 봉쇄 해제는 석유제품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국제유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 

미국의 석유 재고 감소 역시 유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미국 상업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507만 배럴 감소했다. 이는 5년 평균과 비교해 약 15%를 하회하는 수치다. 휘발유와 중간유분 재고 역시 전주 대비 각각 71만 배럴, 53만 배럴 줄었다.

국제금융 측면에서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상승요인이 됐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시 봉쇄 해제와 함께 기업체 보조금 지급 등 경기지원책을 발표했으며, 기반시설 건설 지원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의 대출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주요 석유제품 소비 국가의 경기부양책은 석유 수요 증가로 이어져 국제유가를 상승시킨다.
 
◆ 멈출 줄 모르는 경유 강세...정유업계는 최대실적 전망, 석유화학업계는 울상
석유제품 시장에서는 경유 가격이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르고 수직 상승 중이다. 러시아산 경유 의존도가 60%에 달하는 EU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됨에 따라 공급 부족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6월 첫째 주 아시아 역내 석유제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에서의 경유(0.001%) 가격은 전주 대비 15.47달러 오른 배럴당 165.07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140달러대에서 단숨에 160달러 선을 돌파한 것으로 약 2~3주 후에는 국내 주유소에서도 경유가격 폭등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휘발유(92RON) 가격은 전주 대비 6.83달러 오른 배럴당 148.27달러를, 등유 가격은 전주 대비 11.93달러 오른 153.49달러를 기록했다. 등유 가격의 상승 폭은 휘발유의 2배 가까이 되는데, 이는 국제유가 상승에 항공수요 회복이 겹치면서 등유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석유제품 가격 상승은 곧 정유업계의 이익으로 이어지는데, 5월 마지막 주 기준 정유업계의 정제마진은 배럴당 19.8달러로 집계됐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정제마진이 8달러를 넘어서면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는데 현재는 2배를 넘어선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 정제마진은 3월 첫째 주 배럴당 12.1달러를 기록한 후 꾸준히 증가했으며, 5월 둘째 주 배럴당 20.06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유례없는 정제마진 강세로 인해 정유업계의 2분기 실적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고점에서 소폭 조정되고 있으나, 휘발유 및 중간유분 강세는 전반적으로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은 지난 5년 평균을 6% 상회하는 93%까지 상승했으며, 최근 수익성이 더 높은 등·경유 생산에 집중하면서 휘발유 생산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울상이다. 중국의 석유화학 자국화 정책에 따른 글로벌 공급량 증가, 가격 결정권 약화 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가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 NCC 마진은 톤(t)당 363달러로 지난해 4분기 평균치(508달러) 대비 28.54%가 줄었다. 지난해 1~3분기 평균치(622달러)와 비교하면 41.64% 급감한 수치다. NCC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들을 생산하는 시설로 석유화학 시황을 확인하는 주요 지표다.

시장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내려가거나, 에탄올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현재의 40% 이상은 올라야 NCC 마진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휘발유 리터당 20원 폭등...최고가 지역은 서울 2087원
국내 주유소에서 경유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보다는 가격이 낮아졌지만 이는 휘발유 가격 급등이 원인으로 여전히 가계 소비와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6월 첫째 주 국내 주유소의 주간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19.3원 오른 리터당 2013원을 기록하면서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유가격은 전주 대비 8.1원 오른 리터당 2008.4원으로 집계됐다.

5월 마지막 주 정유사 휘발유 공급가격은 전주 대비 20.6원 오른 리터당 1914.6원을, 경유 공급가격은 22.5원 내린 리터당 1875.6원을 기록했다.

지역별 휘발유 판매가격을 보면 최고가 지역인 서울이 전주 대비 23.2원 오른 리터당 2087.2원을 기록했다. 최저가 지역은 대구로 전주 대비 21.9원 상승한 리터당 1988.3원이다. 
 

[사진=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