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의 M&A] (26) 가격협상에만 목매지 말고 먼저 '독점교섭권'을 확보하라

2022-06-02 17:40
  • 글자크기 설정

[성보경 회장]

M&A에 대한 실무 경험이 많은 전문가나 비전문가 모두에겐 M&A 거래를 진행하는 초기 단계에서 매수자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독점교섭권(Exclusive Negotiation Rights in M&A Process)을 확보하는 협상 전략일 것이다. 독점교섭권 조항의 내용을 협상하는 것은 M&A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M&A 경험이 부족하고, M&A에 대한 전략의 발굴 그리고 법원 판례까지도 부족한 국가에서는 독점교섭권의 활용 전략 및 법적인 한계 등에 의해 M&A에 대한 분쟁만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M&A 거래에 비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현실에서 매도자 또는 매수자가 매우 큰 기회손실을 감수하고 있지만 어떤 손실이 발생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것은 독점교섭권이 계약교섭자유의 원칙과 충돌하거나 M&A 대상 기업의 주권을 가지고 있는 소수주주의 이익을 무시하는 부당한 거래 보호 조항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왕왕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M&A는 거래 대상 기업에 대한 착수 단계부터 협상을 거쳐 종결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게 된다. 첫째로, M&A 거래는 매수자 또는 매도자에 관계없이 많은 인적 자원을 투입하여야 하고, 비용 또한 상당한 금액을 투입해야 한다. 따라서 M&A 거래가 사전에 파기되거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는 상당한 규모의 매몰비용(Retrospective Cost)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로, M&A 거래는 착수 단계부터 완성 단계에 이르기까지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비밀 유지에 따른 약점 및 위험이 수반된다. 셋째로, 매수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M&A를 진행하는 경우 시너지(synergy)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전략적 투자가(SI)와 매매 차액을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가(FI)의 이해관계 충돌로 거래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있다. 넷째로, 매도자가 대상 기업의 매도 조건을 유리하게 유도하거나 또는 매도 가격을 올리기 위해 매수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위장시키는 경우가 있다. 다섯째로, 상당수의 잠재적 매수자 중에는 대상 기업의 중요한 정보 또는 기밀을 빼내어 경쟁 기업에 팔아 넘기는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대상 기업의 경영진에 대한 협박용 정보를 취득하기 위하여 매수자로 위장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M&A 거래는 M&A 거래 중단에 따른 위험의 회피, 경쟁자의 개입 방지, 거래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에 대한 비밀유지, 거래에 대한 최선의 노력에 대한 의무, 독점교섭권에 대한 조건 및 보장, 경영권 변경에 따른 주주총회 승인 가능성, 매몰비용에 대한 보상 및 위약벌에 대한 조항, 계약해제권의 행사 조건, 정부의 규제에 따른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한 후에 M&A 거래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독점교섭권은 M&A를 진행하는 당사자들이 체결한 합의안에 포함되는 거래 보호 조항의 하나로, 매도자는 매수 후보자를 유인하는 기능이 있고, 매수자는 일정 기간 동안 경쟁자의 참여를 배제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M&A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독점교섭권이 부여된 양해각서는 그 성격에 따라 법적 구속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상장기업의 M&A는 대부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대주주와 경영권 행사를 희망하는 매수자 사이에 체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영권에서 배제되어 있지만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수주주 또는 일반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주주의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충돌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독점교섭권 조항이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거나 대표이사가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독점교섭권 조항을 체결한 경우에는 법적 다툼의 소지가 발생하여 대주주와 매수자 간에 독점교섭권이 체결되었다고 해도 보호받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대표이사의 대표권 남용의 법리와 선관주의 의무에 위반한 독점교섭권 조항은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독점교섭권 조항의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①대상 회사의 대주주 또는 경영자가 적극적으로 새로운 인수 희망자를 물색하거나 M&A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No-Shop) ②대상 회사가 제3자에게 받은 M&A에 관한 제안과 관련하여 응답을 하거나 접촉을 금지하는 것(No-Talk)(①조항은 대상 회사가 수동적으로 새로운 매수 희망자에게 매수 제안을 받는 것은 위반으로 보지 않지만 ②조항은 대상 회사가 새로운 매수 희망자에게 기존 M&A 거래와 경쟁하는 일정한 거래를 제안받는 것도 금지하기 때문에 ②조항의 독점교섭권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③자산 또는 영업의 일부를 매각하거나 매수하는 행위를 제3자와 협의하는 것 ④일상적인 경영행위의 일부를 제한하는 것 ⑤독점교섭권 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하는 것 ⑤매도자가 독점교섭권 조항을 위반하는 경우에 매수 희망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 등은 독점교섭권 조항에 넣기보다는 별도 항목을 추가하여 분류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 보호 약정과 독점교섭권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의된 내용의 효력이 인정되지만 이사회가 약정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 법률에 대한 위반행위 여부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것이다. 거래 보호 조항이나 독점교섭권이 부당하게 대상 회사에 손실을 초래하면서 인수 희망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내용인 경우 또는 무자본 M&A를 시도하는 매수자와 회사의 재산을 위태롭게 하는 차입매수(LBO)에 응하는 경우 등에는 그 약정이 무효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M&A 대상이 되는 기업의 주식과 경영권을 동시에 거래하는 과정은 기업 경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업무에 속하기 때문에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기 싸움으로 시작해서 기 싸움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매도자는 기업 정보의 유출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고, 매수자는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지출과 소송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생긴다. 따라서 M&A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양해각서(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또는 투자약정(Letter of Intent))을 체결하고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MOU나 LOI를 체결할 경우 세부적인 내용은 비밀 유지에 관한 조항, 독점교섭권의 범위 및 기간, 신의성실에 기초한 노력의 의무 조항, 간이실사(Due Diligence) 비용에 대한 부담, 위약금(Breakup Fee)에 대한 조건 등이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매도자와 매수자 또는 그 대리인들 간 협상에 의해서 결정된다.

또한 M&A 거래에서 매도 희망 가격과 매수 희망 가격의 차이는 항상 발생하게 마련이다. M&A 협상에서 매수자가 사용할 수 있는 노하우(know-how)는 '거래가격을 매도자가 요구하는 가격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독점교섭권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독점교섭권은 M&A 거래를 진행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권리 중 하나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도자는 매수자에게 독점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을 꺼리게 마련이다. 따라서 매도자가 대상 기업의 거래 가격을 높게 제시했을 때 아직은 의미가 크지 않은 가격 협상에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독점교섭권을 확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M&A 경험이 적은 매도자는 자신이 제시한 가격을 흔쾌하게 받아들이면 독점교섭권을 쉽게 용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M&A는 당사자 간에 거래가 성립된다고 하여도 경영자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결의를 별도로 거쳐야 한다. 경영권이 포함된 M&A에는 매수자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매도자는 매수자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책임을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독점교섭권을 부여하면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3자에 의한 적대적 M&A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이사들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하거나 담합 그리고 이사회 결의에 의한 대표이사 변경 등에 의하여 이사회 지배권에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독약조항(Poison Pill)이나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 등과 같은 조항이 정관에 있는 기업에서는 이사들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M&A 과정에서 매도자, 매수자 또는 대리인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관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매도자와 매수자 그리고 대리인 등이 신뢰를 확보한 경우에는 독점교섭권을 확보하기가 용이해지며, 독점교섭권의 기간 및 조건에 대해서도 무난하게 협의할 수 있다. 또한 독점교섭권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법 중 하나는 대주주와 특별관계인 또는 소수주주 그리고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 등기이사들과 개별적으로 독점교섭권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여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 놓는 것이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는 M&A에 대한 역사와 경험이 부족하고, 이러한 상황에 대한 법원 판례도 아직 체계화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M&A 전문가의 경험과 M&A 전략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M&A의 효율성은 천차만별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