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생명보험 가입 후 극단적 선택...대법 "보험료 부정 취득 단정 못해"

2022-05-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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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보험계약 체결 동기·목적 의문...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22.05.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망보험을 여러 건 가입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유족에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의 유족들이 보험사 3곳(신한라이프생명, 한화생명보험,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중국에서 의류업을 하던 A씨는 2015년 귀국했다. A씨는 같은 해 1~3월 총 10건의 사망보험 계약을 체결했는데, 보험금 규모는 31억여원에 달했다. 그러나 A씨는 보험들을 가입하고 2년이 지난 2017년 3월 가출해 숨진 채 발견됐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보험 계약상 가입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기간은 2년이었다. 이에 사업가 A씨의 부인과 그의 자녀들은 3곳의 보험사가 계약대로 보험금을 줘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보험사들은 A씨가 애초에 사망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반박했다. 

1심은 A씨의 유족들의 보험금 지급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A씨가 여러 건의 보험을 계약할 때 안정적인 수입이 없었고 주식 투자로 상당한 손실까지 봤다"며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짧은 기간 인터넷으로 사망사고 보장성 보험계약을 집중적으로 체결한 점과 사망 시점에 면책기간이 정확히 도과한 때라는 점을 들어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심은 A씨의 유족들에게 일부 보험금인 약 5000만~80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A씨가 한국과 중국에 보유한 아파트와 자동차, 현금, 주식 등을 보면 월 70만원의 보험료는 과다하지 않다고 봤다. 

A씨가 2016년 의류 상표를 출원하거나 아파트를 매입한 것을 보면 죽음을 준비한 사람으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2심은 "망인이 단기간 다수의 보장성 보험계약을 체결한 동기와 목적에는 다소 의문이 있지만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보험금 부정 취득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희망의 전화, 생명의 전화, 청소년 전화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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