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무료' 청와대 관람권, 중고마켓서 '금값'

2022-05-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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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청와대 전면 개방, 74년 만에

관람권 거래 성행, 최대 10만원까지

안내센터 "양도는 가족끼리만 가능"

청와대 앞에서 사진 찍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기점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지면서 이날부터 청와대가 국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 1948년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경무대'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청와대를 집무실로 사용한 지 74년 만이다.

하지만 온라인 추첨으로 무료 제공된 청와대 관람권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값비싸게 팔리고 있어 논란이다.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의 청와대 개방이 상업적 거래에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주장해 온 취지가 퇴색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한 중고 거래 사이트 검색창에 '청와대 관람권'을 검색하자 오전 9시 기준 14건의 판매 글이 게재돼 있었다. 전날에는 판매 글이 60개에 달했다. 다른 중고 거래 사이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등의 경우 수십 건의 청와대 관람권 판매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청와대 관람권 판매자들은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 관람 가능 인원 등을 표시한 뒤 판매 중이었다. 윤 대통령 취임식 당일인 이날 낮 12시~오후 2시 4인 기준 관람권 가격은 5만원 정도다. 같은 날 오후 2~4시 2인 기준 관람권 가격은 2만5000원 수준. 청와대 개방 첫 주말인 14일 토요일 오후 5~7시 4인 기준 관람권 가격은 5만원을 웃돈다. 

한 판매자는 "8만명 이상이 (관람권 신청에) 지원해 당첨되기 어려웠지만, 약속이 생겨 싸게 내놓는다"는 글을 남겼다. 4인 청와대 관람권을 10만원에 올린 다른 판매자는 "지인과 가려 했지만 (일정이) 틀어져 판매 글을 올린다. 자신이 직접 가 청와대 입장을 도울 경우엔 10만원, 바코드만 필요할 땐 4만원"이라고 적었다.

관람권 거래는 1분이면 끝날 정도로 간단하다.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연락해 구매 의사를 밝힌 뒤 입금하면, 판매자가 입장 시 보여주는 바코드를 구매자에게 보내주면 끝이다.
 

'청와대 춘추문을 배경으로' [사진=연합뉴스]


앞서 인수위는 지난달 27일부터 청와대 개방 홈페이지와 네이버, 카카오톡, 토스 앱을 통해 청와대 관람 신청을 받았다. 사흘 만에 신청자 수가 100만명을 넘겨 사이트 접속이 지연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청와대 개방 이벤트 주최 측은 관람권 양도를 가족에게만 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실제로 방문 신청은 방문 인원과 신청자 이름 등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가능했다. 하지만 청와대에 입장할 땐 별도 신분 확인 없이 바코드 티켓만 보여주면 된다. 그러다 보니 무료로 제공된 청와대 관람권이 이윤을 남기는 상품으로 유통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수위 측은 관람권에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MBC 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의 품으로 안내센터'는 "타인 간 양도는 안 되는 걸로 안내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으나 그걸 막을 수 있느냐는 질문엔 "해당 부분과 관련해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 그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고 답했다.
 

문 열린 청와대 등산로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실제로 온라인으로 구매한 청와대 관람권으로 입장이 가능할까. 안내센터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거래로 구입한 관람권은 절대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안내센터 관계자는 "당첨자가 오지 못할 때 양도는 가족에게만 가능하며,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을 확인한 뒤 입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부터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조선시대 한양의 주산인 백악산(북악산), 청와대, 경복궁, 광화문 앞길인 세종대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중심축을 도보로 여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서울시는 청와대 개방 행사가 예정된 22일까지 청와대 주변 지하철역인 안국역과 광화문역을 지나는 3·5호선에 전동차를 추가로 투입하고, 서울 도심을 순환하는 버스를 운행한다고 밝혔다. 이달 23일 이후 청와대 개방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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