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은행채, 코픽스(COFIX, 은행 자본조달비용지수) 같은 단기 금리가 올라 은행의 이자이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권 대출의 70%가 은행채와 코픽스 등과 연동되는 변동금리 대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한국은행이 총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네 차례 올리자, 국내 주요 은행들은 작년과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4분기 1.42~1.61%에서 1.49~1.66%로 올랐다. NIM은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예대금리차로 인한 수익과 유가증권(채권 등)에서 발생한 이자 등을 반영한다.
다만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은행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 채권 등의 금리가 올라 저원가성 예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저원가성 예금이란 일반 직장인 월급 통장 같은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MMDA)을 말한다. 금리는 연 0.1~0.5%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은행 입장에서 저원가성 예금이 많다는 건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 이자마진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저원가성 예금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토스뱅크가 연 2%대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상품을 출시하자, 6개월간 17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는 은행 간의 예·적금 금리 경쟁으로 이어져 수신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올라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도 기준금리를 2%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잔액 대출 금리는 4%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6개월~1년 만에 이자 부담이 40% 이상 증가하는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무자의 채무 불이행 증가, 금융 불안정, 부동산·내수 침체를 방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