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1년 미뤄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내년 5월부터 중고차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8일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판매업 진출 관련 사업조정 신청 건에 대한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사업조정 권고안을 의결했다.
중기부는 지난 1월 사업조정 신청 이후 2월부터 당사자간 자율조정(2차례)과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자율사업조정협의회(4차례)를 개최해 합의도출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사업시작 시점, 매입 중고차 범위 등을 두고 양 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이번 심의회를 개최했다.
심의회가 의결한 사업조정 권고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판매업 사업개시 시점을 내년 4월 30일까지 1년 연기한다. 다만 내년 1~4월 동안 각각 5000대 내에서 인증중고차 시범판매가 허용된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판매대수를 2년간 제한한다. 2023년 5월 1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현대차는 2.9%, 기아는 2.1%까지 판매대수가 허용된다.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는 현대차가 4.1%, 기아 2.9%까지 허용된다.
판매대수 산출기준은 국토교통부 자동차 이전등록 통계 자료의 직전년도 총거래대수, 즉 사업자거래(알선이전+매도이전)+당사자거래와 사업자거래 대수의 산술평균값으로 한다.
아울러 현대차와 기아는 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중고차 매입 요청시에만 매입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매입한 중고차 중 인증중고차로 판매하지 않는 중고차는 경매의뢰해야 한다.
이때 경매 참여자를 중소기업들로 제한하거나 현대차・기아가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협의해 정한 중고차 경매사업자에게 경매의뢰하는 대수가 전체 경매의뢰 대수의 50%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이번 사업조정 권고는 오는 25년 4월 30일까지 3년간 적용되며 위반할 경우 공표, 이행명령, 벌칙 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에 따른 조치가 취해진다.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 등이 사업을 인수·개시·확장해 해당 지역이나 업종의 중소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중소기업이 신청할 수 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정부는 대기업에게 3년 이내에서 사업의 인수·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품목·시설·수량 등을 축소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지난 3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음에 따라 완성차업계를 포함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식적으로 가능해졌다. 시장에서는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판매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높아진 한편, 중소사업자 등 기존 중고차업계에서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이를 반영해 향후 사업조정 과정에서 중소사업자를 고려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국회 을지로위원회에서는 완성차업계의 진출에 대해 연도별 단계적 진입방안을 마련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매입에 따른 부작용 우려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기부는 이번 사업조정 권고에 중소기업들의 요구를 절충적으로 반영해 일부 유예기간 및 단계적 진입제한 조치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 공제조합 설립, 전산 고도화 등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고 중고차 매입물량 부족, 매입가격 상승 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정적 영향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에게는 내년 5월부터 인증증고차 사업을 본격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제한적으로 조기 시범운영을 허용함으로써 소비자들도 내년 1월부터는 대기업의 인증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조정심의회 위원장을 맡은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그간의 오랜 논의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사업활동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보하면서도 중고차 시장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조화로운 방안을 찾기 위해 위원들이 많은 고심을 했다”며 “현대차와 기아가 이번 중기부의 사업조정 권고를 수용하고 잘 준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소기업계에 대해서도 “심의회의 결과에 백퍼센트 만족하지는 못하겠지만, 3년이라는 사업조정 권고기간을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아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