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김 전 차관은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3국에 환율 리스크가 있다”며 당국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김 전 차관은 34년 공직 생활 동안 정책 입안자로서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 등을 모두 겪으며 거시 경제와 국제금융정책 최고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6월에도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전 차관은 “미국 국채 수익률이 일부 신흥국 국채보다 높은 상황에서 돈이 달러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자재 수출 수혜국가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나라 통화가 달러 대비 평가절하 압력을 받고 있다”며 “특히 위안과 엔화가 더 강력한 하방 압력 앞에서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YCC 정책을 포기해서 금리가 폭등하면 일본 국가 재정과 금융기관 건전성에 닥칠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라며 “결국 일본 중앙은행은 최대한 국채를 매입해 엔화 약세를 감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위안화 절하 추세도 주목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인민은행이 고시한 기준 환율 성격의 중간 환율은 달러당 6.4596위안으로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위안화 가치 절하를 방증했다. 김 전 차관은 “2015년 여름 위안화의 갑작스러운 평가절하 조치로 국제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았던 전야와 최근 중국을 둘러싼 국내외 사정이 상당히 비슷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원화에 대해서는 엔화나 위안화에 비해 평가절하될 변수가 적다고 내다봤다. 다만 김 전 차관은 “우리와 인접해 있는 두 나라 통화가 어떤 임계점을 지나 큰 폭으로 절하되면 그 충격이 우리에게 미칠 여파를 피하긴 어렵다”며 “이때 한국도 덩달아 환율 리스크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