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국내 성장의 한 축인 설비·건설투자가 흔들리면서 내수위축, 나아가 경기침체 위기까지 맞닥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시설투자 및 유형자산 취득을 공시한 기업은 54곳, 투자금액은 3조78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6개사가 공시한 투자금액(7조9499억원)과 비교하면 52.3% 급감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는 모든 산업의 BSI(83)가 지난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3월(83)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 설비투자가 쪼그라드는 것은 그만큼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원자재 가격이 뜀박질하면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 수입 증가로 1분기 무역수지는 40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원자재 비용 부담 증가로 수익성 악화가 예고되면서 설비투자 계획을 미루거나 아예 접는 기업이 늘어난 이유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시장금리가 치솟은 것도 투자심리가 위축된 요인으로 꼽힌다. 대출 이자율과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게 된다.
문제는 원화 하락 조짐이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 심리를 한층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이 2.2%로 전년(8.8%) 대비 대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1.7%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 위축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업이 곳간 문을 닫으면 향후 경기전망지표 역시 악화일로를 걸을 수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가 변곡점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할 만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며 "반도체 경기와 수출 호조 등 상방 요인도 있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