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예고돼 어느때보다 '폴리시믹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추경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내정되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와의 호흡이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민생 물가 대책 마련을 새 정부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2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6으로 전년동월 대비 4.1%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4%를 넘긴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3%를 넘겼다. 이는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물가상승률이 18개월 연속으로 3%를 넘긴 이후 최장기간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해 추진 중인 추경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높이는데 재정당국은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재정을 무리하게 확장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우려가 있다.
일단 관가에서는 이미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의 정책 조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2009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당시 추 후보자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어 긴밀한 협력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경제수장 후보자들 역시 물가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정책 조합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자는 10일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한은과 많은 대화를 하고 실무적인 작업도 해왔다"며 "한은 총재와 경제부총리의 만남이 뉴스가 안 될 정도로 자주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도 지난 1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첫 출근하면서 "물가 안정만을 목표로 독립성을 강조해온 중앙은행의 역할이 이제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며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정책을 조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그 어느때보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정교한 조율이 필요한 시기"라며 "자칫 삐끗하면 물가도 잡지 못하고 경기만 위축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어 뛰어난 전문성과 함께 완벽한 호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