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심지에 진심? 이대로는 안 돼"…정책 대변화 필요성 대두

2022-04-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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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뉴욕과 런던, 홍콩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금융중심지를 국내에도 정착·활성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십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책의 대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순히 해외 금융기관을 유치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최근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금융 확산에 걸맞은 새로운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8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3층 캠코마루에서 부산 금융중심지 포럼 출범식에서 '금융중심지 해외사례 및 시사점' 제하의 주제발표를 통해 "금융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금융중심지 정책의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가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세계 126개 도시 중 12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3위에서 1계단 상승한 것이다. 제2금융중심지로 불리는 부산은 30위를 기록했다. 국제금융센터지수는 세계 주요 도시들의 금융경쟁력을 나타내는 지수로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Z/Yen) 그룹이 2007년부터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3위)과 상하이(4위), 싱가포르(5위), 베이징(6위), 도쿄(7위) 등 아시아 주요도시들이 국제금융센터지수에서 10위권 내에 포진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진입은 다소 정체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금융중심지 정책 추진과 관련해 가장 먼저 '유치(Inbound)' 위주가 아닌 '진출(Outbound)'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과거 금융중심지 정책들은 (국내에) 유치하는 전략으로 추진됐으나 현재 글로벌 기업들로 성장한 반도체나 가전, 자동차 등 기업은 진출로 성공한 기업들"이라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한류 역시 진출을 통해 성공했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 팬데믹과 가상자산시장의 확대로 디지털금융이 전통적인 금융환경을 대체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금융산업에 대한 시각을 넓힐 것을 주장했다. 대표사례로는 가상자산업(코인)을 예로 들었다. 이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업은 속성상 집적이 필요하지는 않으나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해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신속히 관련법을 제정하고 필요할 경우 규제자유특구 제도 등을 이용해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을 통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한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위해 신설 금융회사 세액감면의 상시화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부산시 조례 등을 통해 금융중심지 내 신설 금융회사에 대한 세액감면조항이 있긴 하나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주요국 평균 법인세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27.5% 수준인 반면 홍콩과 싱가포르는 각각 16.5%, 17% 수준으로 9~10%포인트가량 낮다.

또한 파격적인 과세와 인력유치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중심지에 진심이라면 지자체와 중앙정부도 파격적인 제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향후 디지털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팬데믹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를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글로벌 금융중심지로의 도약을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 역시 우리나라의 금융중심지 발전을 위해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지적하는 취약점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의 금융중심지 조성환경 강점(S)으로 발전된 디지털 및 IT 인프라와 금융인프라 등을 꼽았다. 반면 취약점(W)으로는 주52시간 제도 등 고용의 비탄력성과 법인세율,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 지리적 위치(동북아시아 끝단)를 지적했다. 

위기(T)로는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로 인한 수익성 약화, 원격근무 확대로 인한 금융중심지 중요성 약화, 두바이, 샌프란시스코, 선전 등 신흥금융중심지의 성장이 언급됐다. 특히 비대면 거래가 가속화되면서 외국계 은행들이 점포 수를 축소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화가 되고 있고, 은행 본점 수익성 악화는 아시아와 남미시장에서 철수하는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영국 바클레이즈가 한국과 호주,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6개국에서 철수했고 RBS 역시 중국을 비롯한 7곳에서 철수했다.

다만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와 한국의 국가브랜드 및 문화적 위상 강화, 블록체인과 핀테크 등 신기술 개발 확산이 새로운 기회(O)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 이후 금융중심지 홍콩의 위상이 위협받으면서 현지 소재 금융회사들의 아시아본부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여기에 ESG와 녹색금융, 핀테크 등 새로운 산업의 등장으로 금융중심지 역시 그에 따른 흐름에 따라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와 자동차, IT산업 등 강한 실물경제가 존재한다는 점, 세계 3위 수준의 연금자산 등 풍부한 금융자산이 금융시장 확대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강성호 금융위원회 국제협력팀장은 금융중심지 정책이 이해당사자인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가진 불만을 중심으로 한 약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의 유연화와 더불어 핵심규제의 네거티브 전환, 세제·외환규제 선진화 등 금융규제 유연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쟁도시들이 운영 중인 인센티브를 국내에서도 파격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강 팀장은 "두바이의 경우 DIFC 입주 외국기업의 법인세에 대해 50년간 0%를 적용하는가 하면 헌법 개정을 통해 금융중심지 특구를 조성했다"면서 "또한 독립된 금융법원 및 영국식 분쟁중재센터를 설치하고 이슬람 율법 대신 영국 상법을 기본법으로 적용하고 DIFC만 관할하는 별도의 금융감독청이 설립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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