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지금 우리 학교는> 주동근 작가가 좀비 보다 무서운 존재는?

2022-04-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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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끈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
동명의 웹툰도 넷플릭스 못지않게 과거 큰 인기를 끌었었다.
원작의 작가 주동근은 네이버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데뷔했고 이후 <강시대소동>과 <귀도>, <아도나이> 등 다양한 작품을 연재했다.
특히 실사와 비슷한 그의 그림체는 좀비, 강시, 귀신 등 오컬트적 요소들을 잘 활용하여 공포 장르 웹툰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제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주동근 작가와 좀비보다 무서운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네이버 웹툰 제공/ 주동근 작가]


Q. <지금 우리 학교는>을 처음 연재 하게 된 계기와 어떻게 학교 배경으로 좀비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나요? 연재 당시 2009년에는 좀비물이 많이 보급화 되지 않았는데 무엇을 보고 영감을 얻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해외에선 꾸준히 좀비물이 나오고 있었던 것에 비해 국내 좀비물은 거의 없었던 시기였죠. 대학교때 본 28일후(2003), 새벽의 저주(2004)가 꽤 충격적이었어요. 현실로 일어날수도 있겠다싶을 정로도 사실적인 좀비물이었습니다. 설정을 잘만 해주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만들어 낼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대학 졸업을 한 직후인 2008년도에 웹툰을 준비하면서 생각해놓은 한국화된 좀비물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Q,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화가 되면서 오징어게임 못지 않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드라마가 인기를 끈만큼 원작에 대한 인기도 실감을 하시나요?
 
A. 너무 기쁘고요. 감독님과 모든 스태프, 배우님들의 애정과 노력이 모두 모여 좋은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생각을 해요. 이제 저 혼자만의 <지금 우리학교는>이 아닌것 같아서 더욱 더 기쁘게 생각됩니다. 웹툰 하나로 인지도가 높은 작가가 분명 존재하지만 그래도 작품이 영상화가 되고 난 후의 인지도 차이는 꽤 큰 것 같아요. 공포물에다가 그림체가 호감형이 아니다보니 13년동안 제 만화를 보는 사람들은 소수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예고편에 달린 댓글이나 SNS을 통해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신 것을 보고 '좋아해 주시는분들이 생각보다 많구나' 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학창시절과 함께한 <지금 우리학교는> 이라는 말이 굉장히 기분 좋게 들렸습니다.
  
Q. <지금 우리 학교는>의 연재 당시 또는 드라마화 과정에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A. <지금 우리학교는>은 영화화에 대한 꿈으로 시작한 웹툰이었습니다. 웹툰이 완결되고 나서부터 제의가 많이 들어보기 시작했어요. 10군데 정도의 제작사에서 영화화 제의가 온것 같고 5~6군데 정도 미팅을 가졌던것 같아요. 2015년정도에 박순배PD(지금우리학교는 제작총괄)님의 소개로 이재규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고 드라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드라마화 제의는 처음이라 걱정이 먼저 되었어요. 당시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보다 수위가 높을 수 없었던 게 드라마였기에 설렘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좀비물은 장르 특성상 잔인할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 수위가 있어야 그 특성이 부각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넷플릭스로 가게될 것 같다는 감독님의 얘기를 전해 듣고 '이제 됐다' 싶더라고요.
  
Q. 드라마화가 된 내용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뭔가요? 전지적 원작자로서의 시점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질까에 대한 기대도 있었는데 그 기대에 부흥했는지도요.
 

A.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잔인했고요. 그런 표현들이 좀비물답다고 생각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추가됨에 따라 원작보다 이야기 볼륨이 커졌어요. 더욱 즐길거리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다 마음에 들었고요. 좋았던 씬들을 언급하자면 독서실 씬과 급식실 씬이있었습니다. 감독님과 스패프, 배우분들의 노력과 열정이 느껴졌던 장면이었어요. 특히 급식실 씬은 좀비 사태가 막 발생한 시점에서 긴 롱테이크로 연출된 장면이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찍었나 싶을 만큼 놀라운 씬이었어요.
  
Q. 원작과 드라마가 10년 이상 차이가 있는 만큼 작품 내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업데이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쓰는 세상, 학생들의 머리스타일 등에 대해서 가장 크게 업데이트 된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작품의 내용에 영향을 줄 정도의 변화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13년전 작품이다보니 그에 맞게 드라마화한다면 자칫 올드해 질수 있다는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예고편 공개가 되고 그런 걱정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부산행이다' 같은 대사가 너무 센스 있고 좋았습니다. 당시에는 좀비라는 단어 자체를 많이 쓰지 않던 시기라 웹툰 대사를 쓸 때 '좀비'라는 단어를 가급적 배제하려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좀비'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죠. 오히려 좀비를 보고도 '좀비'란 단어를 쓰지않는 게 비현실적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드론이나 스마트 폰 페이스 인증이라던가 요즘 학생들의 언어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던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제작하실 때 고심을 하셨던 게 눈에 잘 보였고 그 결과 성공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칭찬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Q. 만약 지금 시점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을 다시 그린다면 어떤 이야기를 추가하고 싶으신가요?
 
A. 추가하고 싶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드라마화에도 잘 표현되었던 것 같아요. 드론을 이용한 이야기나 급식실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도 웹툰에도 추가하면 좋았을것같다는 생각을 하게했습니다. 웹툰이나, 드라화에 없었던걸 추가하자면 동아리실에 특성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해보고 싶어요. 특별한 동아리의 특성을 살려 화학반응를 이용한다던지 클라이밍, 파쿠르같은 걸 이용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의 성향과 제일 비슷한 캐릭터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온조와 청산의 중간쯤이 아닐까 싶어요. 때론 온조였다가 때론 청산의 모습이 저와 가장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높은 수위를 원하셨다고 들었어요. 웹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중 드라마에 포함되지 않아서 아쉬운 장면 TOP3는 뭔가요? 그리고 각색된 각본과 추가된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의견이 있나요? 또한 각색된 부분과 관련해서 작가님의 의견도 반영됐나요?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르 특성 상 높은 수위여야 좀비물의 특성을 살릴 수 있어요. 무섭지 않은 좀비는 상황의 위험성을 전달하기는커녕 웃음을 유발시킬 뿐입니다. 포함되지 않아서 아쉬운 장면을 세가지 뽑는건 너무 많고요. 딱 한가지만 뽑으라면 귀남이와 양궁부의 대립 씬입니다. 웹툰에서 큰 호응이 있었던만큼 그 씬을 기다렸던 팬들도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스토리 각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질수 밖에 씬이 되었죠.
 
드라마 속 귀남이는 2인자 컴플렉스가 있는 일진이었다면 웹툰 속 귀남이는 본인이 영웅이라 생각하는 중2병 사이코패스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각색된 씬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웹툰은 웹툰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창작에 대한 부담감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최대한 감독님께 의견 제시를 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각색은 믿고 맡길수 있는 천성일 작가님께서 해주셨기에 세계적으로도 높은 인기가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Q. 작가님은 어떤 학생이었고 학창 시절 학교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나름 조용했다고는 생각하지만 친한 친구들 앞에선 또 재밌는 친구였거든요. 생각해 보니 낯을 좀 가렸던 것 같아요. 친해지면 무장해제되는 그런 친구였죠. 고등학교 때 미술부 활동을 3년동안 했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애로 통했던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웹툰 속에서 현주가 아파하며 2-5반에 들어왔을 때 박선화 선생님이 두명만 도와 달라고 했을데 온조가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버렸다' 하고 도와주러 나가는 장면이 있어요. 사실 제가 잘 그러는 편입니다. 분명 조용하게 지내는 아이인데 선생님께서 '합창부 할 사람?' 하면 갑자기 손을 든다거나 '대회 나가 볼 사람?' 이라고 하면 손을 들었거든요. 그렇게 뜬금없이 손을 들고 전교 부회장이 된적도 있습니다. 
 
 Q.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고나면 사람을 못 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사람을 믿으세요?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시 하는 점은 뭔가요?
 
A.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믿을 사람, 못믿을 사람으로 나눈다기보다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한테는 가장 믿을 사람이지만 남에게는 가장 못믿을 사람이 될수 도 있거든요. 전 제 성격상 누군가가 나쁜짓을 하더라도 '그럴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걸거야. 사연이 있겠지' 하며 그 사람에 대해서 쉽게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Q. 지금 우리 학교는 OOO이다에 OOO을 채워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지 듣고 싶습니다.
 
A. <지금 우리학교는 축제중이다.> 하루하루가 축제인 것처럼 설레고 기쁩니다. 영상으로 탄생된 것만으로도 기쁜 일인데 세계 사람들 모두 SNS를 통해 감상편을 남긴다던지 2차 창작물을 만드는걸 보면 너무나 뿌듯하고 기뻐요.  그래서 저한테 만큼은 축제중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Q. 강시대소동을 비롯해서 드라마화가 됐으면 하는 게 있나요? 어떤 스토리로 전개가 됐으면 하나요?
 
A. <강시대소동>이 드라마화가 되면 좋을것 같아요. 어렸을 적엔 강시영화를 무척 좋아했어요. 강시가 나올 땐 심장이 쫄깃하고 무술로 제압하는 장면들이 정말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강시영화가 일년에 한편 이상 꼭 만들어지는 소재라고 착각했을만큼 많이 쏟아졌던 것 같습니다. 내년엔 어떤 강시영화가 나올까? 생각했을 만큼요. 하지만 옛날의 인기가 무색하게 지금은 그 명맥이 끊긴것처럼 찾아보기 힘든 소재가 돼버렸습니다. 많은 OTT가 새로운 소재를 찾기 혈안이 되어있다면 옛날 정서가 가득 담긴 강시영화를 만들어 주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꼭 제 웹툰이 아니더라도요.
  
Q. 만약 작가님의 학교에 좀비가 나타났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A. 온조나 청산이 같은 친구와 많이 닮아있을것 같아요. 청산이처럼 친구를 위해 무언가 해야할 땐 하고 온조처럼 분열된 친구들을 다독이는 그런 역할을 할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남라처럼 이성적이고 똑똑한 쪽은 못돼서 그런 친구를 믿고 경청하는 쪽일 것 같습니다.  
 
Q. 작가님께 좀비보다 무서운 존재가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도요.
 
A. '사람'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요즘은 너무 뻔한 대답같아서요. 요즘엔 '귀신'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곡성','랑종','유전' 같은 작품을 많이 좋아해요.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공포감이 들 정도로 무섭게 잘 봤습니다.
  
Q. 작가님께서는 살기 위해 좀비를 피하는 것처럼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해본 일이 있나요?
 

A. '마감' 입니다. 살기위해 피하는것보다 살기위해 마감을 하는 중인데요. 지금은 그렇게까지하지 않지만 3일밤을 새면서 제 뺨을 때리면서까지 마감한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마감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Q. 마지막으로 살기 위해 좀비를 피하는 사람들처럼 목숨을 걸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코로나와 싸우는 모든분들께 힘내라는 말 전하고 싶어요. 재밌을것 같아서 만들기 시작한 좀비물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좀비물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걸 요즘 들어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좀비 바이러스라는 험난한 재난을 뚫고 탈출한 아이들처럼 여러분들 모두 삶의 의지와 용기를 끝까지 잃지 마시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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