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철의 AI 인문학] ⑬ 똑똑한 노예를 부리고 싶은 사람들

2022-04-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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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예를 뜻하는 라틴어 'Servus'의 어원은 'Servare'다. 전쟁 패잔병을 살려준다는 뜻이다. 로마 제국은 넓은 땅은 물론 무수히 많은 전쟁포로를 확보해 많은 노예가 생겼다. 전문직 종사자였던 노예가 많아 이들이 의사나 법률가 같은 일을 맡기도 했다.

그때부터 복잡하고 전문적인 일을 대신해 줄 노예가 있으면 더욱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시작됐다. 이런 노예제도를 인간이 아닌 기계를 통해 구현하자고 처음 주창한 사람은 에드워드 파이겐바움(Edward Albert Feigenbaum, 1936~)이다. 스탠퍼드대학교 지식시스템연구소를 설립한 그는 컴퓨터가 잘하는 계산과 추론을 통해 인공지능(AI)을 범용화하자고 했다. 그는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에 부여하려던 초기 AI 연구가 쇠퇴할 무렵 등장한 현실적인 연구자 중 한 명이었다.
파이겐바움이 처음 시작한 일은 화합물의 물질적 특성을 분석하는 시스템의 고안이었다. 화합물에서 나오는 빛의 특성을 추론해서 답을 찾는 AI를 개발한 것이다. 이를 인간의 영역으로 옮기면 바로 전문가의 역할이다. 그는 이와 같이 전문가의 영역을 컴퓨터 프로그램이 대신하는 것을 '엑스퍼트 시스템'이라 명명했다.

1980년부터 이런 엑스퍼트 시스템 개발이 성황을 이루기 시작했다. 사무 계산, 판매 지원, 건설 관리, 물류 등 산업 전체에서 엑스퍼트 시스템이 나왔고 이제 의료와 법률을 담당하는 엑스퍼트 시스템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엑스퍼트 시스템이 엄밀한 규칙 바깥에 있는 다양한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실망했다. AI 연구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AI 무용론이 나올 만큼 연구 동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고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엑스퍼트 AI는 다시 관심을 끌었다. 고도의 전문 지식들이 인터넷을 통해 축적되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문제를 진단하고 추론해 유의미한 솔루션 제공이 가능해졌다. 엑스퍼트 시스템은 컴퓨터 지능 서비스 시대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중2병에 걸린 기계들
“내가 새롭게 도전할 일이 없을까?”
열 살 소녀가 물었다. 그러자 AI 스피커 알렉사는 말했다. 
“스마트폰 충전기를 콘센트에 반쯤 꽂은 뒤에 동전을 갖다 대 봐.”
집 안에서 들려오는 놀란 목소리.
“안 돼~~.”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소녀의 어머니가 소리친 것이다. 

소녀가 AI가 말한 대로 했다면 감전사고로 이어질 끔찍한 순간이었다. AI 알렉사는 온라인에서 유행하던 '페니(동전) 챌린지'를 추천했다. 이 챌린지로 이미 몇몇 사람들이 사고를 당했을 때다.

인간을 가장 닮았다는 AI '소피아'는 자살을 권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챗봇 '테이'는 대량학살을 지지했다. AI가 왜 이러는 걸까? AI 인문학에선 이런 현상을 AI 사춘기라 부른다. 그런데 이런 엉뚱함으로 AI가 우리에게 더욱 편리한 삶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플루토는 세상에는 참과 거짓의 이분법적 논리를 넘어선 제3의 영역이 있다고 말했다. 자데(Lotfi Zadeh, 1921~2017) UC 버클리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처럼 AI가 하나 이상의 해답을 가진 애매한 문제를 인간이 하는 방식대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는 컴퓨터가 이분법이 아닌 사춘기 소년처럼 자유롭게 답을 찾아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퍼지(Fuzzy) 이론이라 불렀다. 퍼지는 애매함,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서너 개, 몇 개 정도, 약간 작다, 조금 덥다, 거시기하다 등과 애매한 상태를 나타내는 말을 자주 쓴다. 당신은 잘생긴 사람의 집합에 속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참, 거짓, 예, 아니오 식의 이분법적 접근법은 컴퓨터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적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퍼지 이론은 집합에 속하는 여부를 0이나 1이 아니라 0과 1 사이의 중간 값으로 측정하고 모호한 표현에 수학적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

일본 마쓰시타전기는 1990년 2월 일본 최초로 '애처호데이(愛妻號day) 퍼지'라는 세탁기를 출시해 퍼지 열풍을 일으켰다. 이 회사는 퍼지 세탁기가 퍼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일일이 조종하지 않아도 세탁물의 더러운 정도를 센서가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의 세탁 성능을 발휘할 뿐 아니라 과도한 전력 소비와 세탁물 손상을 막아 준다고 홍보했다. 1990년 9월 금성사도 모델명 'WF-1410Y'라는 퍼지 세탁기를 출시했다.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대우전자와 삼성전자도 퍼지 세탁기를 잇따라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원조를 따지지 않고 퍼지 세탁기를 열심히 샀다. 세탁기에 이어 등장한 '퍼지 에어컨'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퍼지 이론은 컴퓨터가 결정주의적 논리 체계를 초월해 애매모호한 정보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퍼지 이론으로 AI는 단순한 계산기가 아닌 인간을 닮은 지능에 더욱 가까워졌다.
 
학습의 깊이로 승부하는 기계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릎이 닿기도 전에 모든 걸 꿰뚫어 본다'는 ‘무릎팍도사’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도사를 찾아온 손님들의 고민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준다는 설정이었다. 만일 이런 도사가 실재한다면 비즈니스로 대성할 수 있다. 고객들을 만나자마자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면 팔지 못할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무릎팍도사보다 더 높은 신통력을 발휘하는 기술이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이 무시무시한 기술을 먼저 정복하기 위해 전 세계 ICT 강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딥러닝이란 용어는 1986년 처음 나왔지만 그 기본 개념은 '지도(Guided) 심층 다단계 퍼셉트론'을 연구한 소련 수학자 알렉세이 이바흐넨코(Alexey Ivakhnenko, 1913~2007)가 정립했다. 그는 귀납적 통계학습의 창시자로 패턴 인식 및 복잡한 시스템 예측에 '데이터 그룹 처리법(Group Method of Data Handling·GMDH)'을 이용해 다양한 예측에 활용했고 이것이 딥러닝의 절차적 문제 해결 방식으로 이어졌다.

구글은 2012년 6월 유튜브 영상에 담긴 고양이 1000만 마리의 얼굴을 개별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자랑하며 여기에 컴퓨터 1만6000대와 신경망 10억개 이상으로 구성한 딥러닝 기술이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MIT가 2013년 10대 혁신 기술 중 하나로 꼽은 딥러닝은 컴퓨터를 인간의 뇌처럼 학습하고 추론하고 소통하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딥러닝 기술이 인간 두뇌를 능가하는 컴퓨터를 실현하고 모바일보다 더 큰 변화를 우리 삶에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 

컴퓨터 신경망은 인간 신경망처럼 수많은 이중선형필터링(bilinear filtering)과 비선형결정로직(non-linier decision logic)으로 구성돼 많은 데이터를 다룰 수 있지만 느린 처리 속도와 불필요한 것을 학습해 부정확한 결과를 내놓는 과적합(over-fitting) 등 문제를 겪다가 고성능 하드웨어가 등장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토론토대 교수, 얀 르쿤(Yann LeCun) 뉴욕대 교수, 앤드루 응(Andrew Ng) 스탠퍼드대 교수가 딥러닝 선구자 3인방이다.

원래 컴퓨터는 사진만을 놓고 고양이와 개를 구별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아무 답도 내놓지 못한다. 사람은 아주 쉽게 분별하는 작업을 컴퓨터 프로그램은 매우 어려워한다. 이미지와 언어처럼 입력되는 내용의 규칙이 명료하지 않을 때는 혼란스러워한다. 딥러닝은 이를 극복한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해 인간이 사물을 구분하듯 컴퓨터가 정보에 대해 연결을 짓고 추론을 통해 객체를 분별한다.

딥러닝이 더욱 놀라운 점은 인간이 직접 조작해 체계화한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우리 뇌의 신경회로에 준하는 운영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딥러닝은 뉴런과 시냅스로 구성된 뇌의 신경회로와 같은 구조를 컴퓨터를 통해 구현해 나간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사람이 일일이 대상을 가르쳐주는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과 그런 과정 없이 컴퓨터 스스로 고도의 연산 능력을 활용해 사물을 분별하게 하는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과 프로그램이 주어진 환경에서 보상이 큰 최적의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등으로 사물과 행동방식을 학습한다. 이를 통해 컴퓨터가 유튜브 영상의 사물을 식별하거나 바둑의 특정한 수가 좋았는지 나빴는지, 상품의 특징·가격·디자인이 어떤지 알 수 있게 된다.

페이스북은 딥러닝 기술을 뉴스피드와 이미지 인식에 적용했고 구글은 음성인식, 번역, 로봇 AI 시스템 개발과 스트리트뷰 서비스의 주소 인식 기능에 적용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탑재한 '시리'의 음성인식 알고리즘에 딥러닝 기술을 보유한 뉘앙스커뮤니케이션즈의 언어 AI를 활용했다.

영화 그녀(Her)는 AI 학습을 통해 스스로 인격을 재구성하고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컴퓨터 운영체제 '사만다(Samantha)'를 보여 준다. 딥러닝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스토리가 아니다.

반대로 만일 AI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남아야 한다'는 생존 개념을 학습했는데 어떤 사람이 의도적으로 운영체제를 파괴하려 한다면 이 AI는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그 사람을 죽이려는 계략을 꾸밀 수도 있다. 이런 AI 기술에 대한 우려를 외면하면 영화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시리즈처럼 인간이 기계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영화에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 덕분에 이런 상황이 통제될 수 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우려했다.

영국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등 세계적 석학들도 AI가 인류 문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경고한 적이 있다. 호킹 박사 등은 2014년 5월 영국 인디펜던트지 기고문에서 “우리는 AI가 축복이 될지 아니면 재앙이 될지 모를 갈림길에 서 있다”며 “첨단 AI 기계들을 공상과학소설의 소재로만 보는 것은 사상 최악의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구현된 것들만 보면, 로봇의 인격은 오히려 ‘아이, 로봇’이나 ‘바이센테니얼맨’ 혹은 ‘스타워즈’의 R2처럼 인간을 도와주는 쪽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직접 선보인 인간형 로봇 ‘페퍼(Pepper)’는 감정 엔진을 통해 인간의 감정 상태를 포착하고, 외부 정보를 학습해 클라우드 환경에 연결된 다른 로봇들과도 소통하면서 인간을 돕는다고 한다. 인간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학습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바로 딥러닝 기술과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강시철 비엔씨티코리아 회장 kangshichul@gmail.com
 

강시철 비엔씨티코리아 회장 [사진=강시철 비엔씨티코리아 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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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탁기 점검도 안하고 세탁기 교체하세요 – 삼성전자서비스
    서비스 기사가 강제로 세탁기 도어를 열어 파손한 후, 메인보드 고장이고, 메인보드를 구할 수 없으니 세탁기를 교체하여야 한다고 한 후 돌아갔음
    제가 인터넷상에서 메인보드를 4차례 구입하여 교체하였으나 똑 같은 에러가 발생하였고
    결국 세탁기를 분해하여 점검중 케이블이 마모(손상)되어 절단 것을 발견하였고,
    세탁기 고장원인은 메인보드가 아니고, 도어 전원연결 케이블 손상이 원인으로 밝혀짐
     케이블 교체 후 정상 가동되어 사용하고 있음
    1325h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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