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호는 21세기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구준표를 시작으로 '신의' 최영, '상속자들' 김탄, '더 킹: 영원의 군주' 이곤에 이르기까지. 외모, 재력, 능력 어느 하나 빠지는데 없이 완벽한 인물을 연기해왔다. 여주인공을 향한 순정으로 모나고 거친 성격까지 변화하는 모습은 뭇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충족하며 그를 인기 배우로 성장하게 했다.
21세기 백마 탄 왕자님을 연기해왔던 이민호는 '한류 스타'로 거듭났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장르·캐릭터를 확장하고 도전해왔다. 애플TV+ '파친코'도 마찬가지다. 이민호가 데뷔 후 13년 만에 오디션을 봤다는 이 작품은 애플이 1000억원을 들여 제작한 대작 드라마.
1900년대 초 한국을 배경으로 역경과 고난 속 일본에서 살아남게 된 강인한 여성 '선자'(윤여정 분)와 1987년대를 사는 그의 손자 '솔로몬'(진하 분)을 통해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극 중 이민호가 맡은 역할은 그간 연기했던 '백마 탄 왕자님'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10대 '선자'가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지만 동시에 절망감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코고나다 감독은 이민호를 두고 "그는 전부를 걸었다. '내 입지가 있으니 이 정도 대충해도 되겠지' 하는 느낌이 없었다"라며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자신을 몰아붙였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이민호는 매력적이지만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한수'를 그려냈고 10대 '선자'의 선택에 타당성 있게 하였다.
아주경제는 '파친코' 공개 전 이민호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 합류 과정과 캐릭터 준비 과정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오디션을 봤겠다
- '꽃보다 남자' 이후 13년 만에 오디션을 봤다. 저는 오디션에 늦게 참여했다. 막 시작할 때가 '더 킹'을 찍고 있을 때라서 한국 프로덕션을 통해 제안을 받고 오디션 대본을 본 뒤 참여하게 되었다. 그 과정이 정말 좋았다. 13년 전 저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더라. 다시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이 되었고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 새로 태어나는 기분도 들었다.
오디션 과정은 어땠나?
- 오디션을 3~4개월간 보았다. 오디션 대본만 보고서도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원작을 읽으니 더욱 확신이 들더라. 내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오디션도 있었고 케미스트리 오디션이라고 해서 배우들 간의 어울림도 보았다. 한국에는 없는 오디션이라 신기했다.
'파친코'로 첫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진출했는데. 긴 오디션 과정을 겪으면서까지 '파친코'를 밀고 간 이유는?
- 이야기에 힘이 느껴졌다. 꼭 참여하고 싶었다. 일정을 진행하는 동안 현지에 계신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시대가 글로벌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콘텐츠를 요구하게 되었고 저도 저를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수' 캐릭터가 마음에 든 이유는 무엇이었나?
- 정돈되어있지 않은 감성에 끌렸다. 제가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감성을 담은 이야기고 이 안에서 한수는 '악'의 모습, 어두운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생존하며 (그런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단순히 '나쁜 남자'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내면의 처절함을 느꼈다. 그가 참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파친코'의 배경은 일제강점기 전후다.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 모든 작품, 모든 역할이 리얼리티를 잘 살려야 하고 그것이 우리의 직업이다. 하지만 '파친코'는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표현할까?'가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작가,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내게도 새로운 작품이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10대 '선자' 역을 맡은 김민하를 만났을 때 어땠나?
- 처음 만났을 때부터, 민하는 그냥 '선자'였다. 제가 민하에게 '너는 선자를 위해 태어난 아이 같다'고 했을 정도다.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배우가 아니라 '선자'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선자'와의 로맨스도 매우 중요했다. 그동안 이민호가 연기한 로맨스와는 다른 결이었는데?
- '한수'는 '선자'를 통해 자신의 과거, 내면을 돌아보았다고 생각했다. '선자'와 로맨스는 로맨틱하다기보다는 야성적이고 원초적이었다. 키스신이나 베드신은 더욱 그랬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로맨틱하게 그려지지 않고 산, 바다 등에서 아무 필터도 없이 원초적이고 노골적으로 사랑하는 표현을 담았다. 우리 커플에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해외 매체들과도 많이 만나 인터뷰를 나눴는데. 반응이 어땠나?
- 단 한 명도 부정적인 반응이 없어서 오히려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안 좋은 이야기도 섞여 들려와야 '아, 이 정도 반응이구나'하며 감안해서 듣는데 정말 좋은 반응만 들려오니까. 의심스럽기도 하고(웃음).
해외 매체들은 이민호에게 어떤 것들을 궁금해했나?
- K-콘텐츠, K-POP에 관한 글로벌한 인기에 관한 것들을 궁금해했다. 글로벌한 '한류'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더라. 한국 문화, 한국의 옷 등에 관한 궁금증도 커보였고 우리의 행보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뿌듯하더라. 그간 아시아 중심으로 활동해왔는데 인도 등 처음으로 만나는 국가들을 기자단을 통해 만나게 돼 기뻤다.
이민호가 생각하는 K-콘텐츠가 인기인 이유는 무엇인가?
- 글로벌한 세상이다. 우리는 쉽게 스페인 드라마,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굳이 관심을 두려 하지 않아도 다른 나라의 문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한국 콘텐츠가 인기인 건 그간 우리가 열심히 작업해 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내놓았고 시기적으로도 잘 맞물린 게 아닐까 싶다.
영화 '강남 1970' 이후 두 번째 시대극이다
- 배우로서 기존 이미지를 깨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작품에 녹아들면 가능할 거로 생각했다. 다른 건 다 배제하고 '한수' 그대로를 느끼고 그를 공감하려고 했다. 엊그제 극장에서 '파친코' 일부를 보았는데 규모감이나 디테일에 있어서 시네마틱한 느낌을 받았다.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정재와도 남다른 친분을 가지고 있는데. '파친코' 공개를 앞두고 특별히 대화를 나눈 점들이 있을까
- (이정재) 선배님께서 최근 '오징어 게임'으로 3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셨다. 3일 전에도 만났는데(웃음). '축하드린다'라고 하니 '에이 뭐' 하고 마시더라. 정작 본인은 덤덤한 것 같다.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이 대부분 그렇다. '우리가 해냈다'라고 떠들썩하게 지내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선배님을 포함해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을 존경하고 있다. 자랑스럽다.
21세기 백마 탄 왕자님을 연기해왔던 이민호는 '한류 스타'로 거듭났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장르·캐릭터를 확장하고 도전해왔다. 애플TV+ '파친코'도 마찬가지다. 이민호가 데뷔 후 13년 만에 오디션을 봤다는 이 작품은 애플이 1000억원을 들여 제작한 대작 드라마.
1900년대 초 한국을 배경으로 역경과 고난 속 일본에서 살아남게 된 강인한 여성 '선자'(윤여정 분)와 1987년대를 사는 그의 손자 '솔로몬'(진하 분)을 통해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극 중 이민호가 맡은 역할은 그간 연기했던 '백마 탄 왕자님'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10대 '선자'가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지만 동시에 절망감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코고나다 감독은 이민호를 두고 "그는 전부를 걸었다. '내 입지가 있으니 이 정도 대충해도 되겠지' 하는 느낌이 없었다"라며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자신을 몰아붙였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이민호는 매력적이지만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한수'를 그려냈고 10대 '선자'의 선택에 타당성 있게 하였다.
- '꽃보다 남자' 이후 13년 만에 오디션을 봤다. 저는 오디션에 늦게 참여했다. 막 시작할 때가 '더 킹'을 찍고 있을 때라서 한국 프로덕션을 통해 제안을 받고 오디션 대본을 본 뒤 참여하게 되었다. 그 과정이 정말 좋았다. 13년 전 저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더라. 다시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이 되었고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 새로 태어나는 기분도 들었다.
오디션 과정은 어땠나?
- 오디션을 3~4개월간 보았다. 오디션 대본만 보고서도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원작을 읽으니 더욱 확신이 들더라. 내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오디션도 있었고 케미스트리 오디션이라고 해서 배우들 간의 어울림도 보았다. 한국에는 없는 오디션이라 신기했다.
'파친코'로 첫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진출했는데. 긴 오디션 과정을 겪으면서까지 '파친코'를 밀고 간 이유는?
- 이야기에 힘이 느껴졌다. 꼭 참여하고 싶었다. 일정을 진행하는 동안 현지에 계신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시대가 글로벌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콘텐츠를 요구하게 되었고 저도 저를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수' 캐릭터가 마음에 든 이유는 무엇이었나?
- 정돈되어있지 않은 감성에 끌렸다. 제가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감성을 담은 이야기고 이 안에서 한수는 '악'의 모습, 어두운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생존하며 (그런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단순히 '나쁜 남자'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내면의 처절함을 느꼈다. 그가 참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 모든 작품, 모든 역할이 리얼리티를 잘 살려야 하고 그것이 우리의 직업이다. 하지만 '파친코'는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표현할까?'가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작가,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내게도 새로운 작품이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10대 '선자' 역을 맡은 김민하를 만났을 때 어땠나?
- 처음 만났을 때부터, 민하는 그냥 '선자'였다. 제가 민하에게 '너는 선자를 위해 태어난 아이 같다'고 했을 정도다.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배우가 아니라 '선자'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선자'와의 로맨스도 매우 중요했다. 그동안 이민호가 연기한 로맨스와는 다른 결이었는데?
- '한수'는 '선자'를 통해 자신의 과거, 내면을 돌아보았다고 생각했다. '선자'와 로맨스는 로맨틱하다기보다는 야성적이고 원초적이었다. 키스신이나 베드신은 더욱 그랬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로맨틱하게 그려지지 않고 산, 바다 등에서 아무 필터도 없이 원초적이고 노골적으로 사랑하는 표현을 담았다. 우리 커플에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해외 매체들과도 많이 만나 인터뷰를 나눴는데. 반응이 어땠나?
- 단 한 명도 부정적인 반응이 없어서 오히려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안 좋은 이야기도 섞여 들려와야 '아, 이 정도 반응이구나'하며 감안해서 듣는데 정말 좋은 반응만 들려오니까. 의심스럽기도 하고(웃음).
해외 매체들은 이민호에게 어떤 것들을 궁금해했나?
- K-콘텐츠, K-POP에 관한 글로벌한 인기에 관한 것들을 궁금해했다. 글로벌한 '한류'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더라. 한국 문화, 한국의 옷 등에 관한 궁금증도 커보였고 우리의 행보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뿌듯하더라. 그간 아시아 중심으로 활동해왔는데 인도 등 처음으로 만나는 국가들을 기자단을 통해 만나게 돼 기뻤다.
- 글로벌한 세상이다. 우리는 쉽게 스페인 드라마,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굳이 관심을 두려 하지 않아도 다른 나라의 문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한국 콘텐츠가 인기인 건 그간 우리가 열심히 작업해 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내놓았고 시기적으로도 잘 맞물린 게 아닐까 싶다.
영화 '강남 1970' 이후 두 번째 시대극이다
- 배우로서 기존 이미지를 깨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작품에 녹아들면 가능할 거로 생각했다. 다른 건 다 배제하고 '한수' 그대로를 느끼고 그를 공감하려고 했다. 엊그제 극장에서 '파친코' 일부를 보았는데 규모감이나 디테일에 있어서 시네마틱한 느낌을 받았다.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정재와도 남다른 친분을 가지고 있는데. '파친코' 공개를 앞두고 특별히 대화를 나눈 점들이 있을까
- (이정재) 선배님께서 최근 '오징어 게임'으로 3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셨다. 3일 전에도 만났는데(웃음). '축하드린다'라고 하니 '에이 뭐' 하고 마시더라. 정작 본인은 덤덤한 것 같다.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이 대부분 그렇다. '우리가 해냈다'라고 떠들썩하게 지내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선배님을 포함해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을 존경하고 있다.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