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군기반장’을 자처하고 있다. 장 실장은 윤석열 당선인의 복심 중 복심으로 인수위 현안은 물론 대(對) 청와대 업무도 총괄하고 있다. 장 실장이 차기 정부 초대 비서실장에 거론된 가운데 5월 10일 정부 출범까지 그의 역할론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실장은 인수위 각 분과 내부서 오간 논의사항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면서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 전문·실무위원 등 인수위원이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언론에 말하는 행위가 자칫 인수위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선거 막판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과 협상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도 끌어냈다. 실제 윤 당선인은 지난 4일 장 실장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 유세에서 “정치에 처음 발을 들여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저를 가르쳐 주고 이끌어줘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장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도 이끌어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감사위원 인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 16일 예정된 회동이 결렬된 바 있다. 장 실장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지난 25일 수차례 연락을 취하면서 장소와 일정을 조율했다.
장 실장이 물밑 협상에 나선 끝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회동하기로 했다. 장 실장은 청와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카운터파트너이자 윤 당선인 측 유일한 배석자 자격으로 이번 회동에 참석한다.
인수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장 실장이 차기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에 내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선 경선부터 인수위에 이르기까지 윤 당선인과 호흡을 맞춘 데다, 윤 당선인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초대 비서실장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장 실장은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지명받을 때 당선인에게 ‘새 정부를 잘 만들어 출범시키고 당선인을 대통령실까지 모셔 드린 뒤 저는 여의도로 오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지금도 그 생각과 제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국회법에 따라 장 실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게 되면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