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바이든 "푸틴 더 이상 권좌 앉을 수 없어"...러시아는 로켓 발사로 응수

2022-03-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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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AP·CNN·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이를 보도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촉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백악관이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나온 이번 발언이 푸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을 가지고 국제사회의 러시아 대응 및 우크라이나 지원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좌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없다(cannot remain in power)"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 침공에 대해 "러시아의 전략적 실패가 분명하다"면서 러시아를 바꾸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가혹한 대응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는 민주주의를 억압해 왔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그렇게 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자유를 위한 위대한 싸움"이라고 치켜세우며 전 세계는 앞으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만난 뒤 '피란민들의 고통을 생각할 때 푸틴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학살자(butcher)"라면서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날 발언에 대해 AP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기 위한 발언의 수위가 극적으로 상승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고 평가했다. FT 역시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취해 왔던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 푸틴 대통령이 더는 집권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직접적으로 시사했다"고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의 파문이 퍼져 나가는 가운데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요점은 푸틴 대통령이 그의 이웃 국가나 지역에 대해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가지고 있는 권력이나,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CNN에 말했다. 다른 당국자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준비한 연설에 이와 같은 발언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권력 유지는)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오로지 러시아 국민들의 선택"이라고 단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민주주의 국가들과 러시아 사이에 선을 그으며 유럽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오랜 싸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푸틴 대통령에게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영토 1인치도 침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쉽지 않겠지만, 오늘과 내일, 그리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단결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러시아에 맞서 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독재국가를 부르는 어둠을 물리치고 자유로운 사람들의 영혼을 밝히는 자유의 불꽃을 피우는 데에 비하면 견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나토 회원국까지 공격 범위를 확대하지 말라며 "나토 영토 내부로 단 1인치도 들어올 생각조차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유럽 부문 수석국장을 지냈던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대서양 연안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태세를 강화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게 한 게임체인저"라고 AP에 평가했다. 또한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가야 할 길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쿱찬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직면한 도전 과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라는 외부적 위협으로부터 서방 국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서방 국가들을 단결하게 하는 한편, 서방 국가들 내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편협한 포퓰리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한편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한 가운데 러시아는 폴란드와 가까운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인 르비우를 폭격하며 응수했다.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시의 핵 연구시설을 향한 포격도 이어갔다.

막심 코치즈키 르비우주 주지사는 로켓 두 발이 동부 외곽지역을 타격했다고 이날 로이터·AP통신에 전했다. 연료저장시설 등이 파괴되며 화재가 일어났으며, 최소 5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약 70㎞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의 최대 도시인 르비우는 폴란드 쪽 국경을 넘으려는 피란민들의 경유지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 의회 역시 러시아군이 계속해서 하르키우에 있는 원자력연구소를 포격하고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을 인용해 "핵시설 지역에서 전투가 멈추지 않아 피해 규모를 추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10일 이후 계속해서 하르키우 원자력연구소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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