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씨는 최근 배달의민족(배민) 앱 내 가게 정보란에 이 같은 공지를 게재했다. 배민1 서비스를 해지하며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배달요금이 상식 밖으로 벗어나고야 말았다. 무료 배달(배달비 전액 업주 부담) 설정 시 주문 금액이 7500원이면 가게에 91원이 입금된다”며 “배달비를 내며 식재료‧포장용기‧월세‧수도요금‧전기요금 등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서비스를 해지한다”고 안내했다.
배민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 요금 체계가 바뀌면서 가맹점주들이 잇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배민1을 해지하거나 일시 중단했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일부는 고객에게 배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를 전하는 등 대응 움직임이 나타난다.
신규 수수료 체계는 △기본형 △배달비 절약형 △통합형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기본형은 중개이용료 6.8%(부가가치세 포함 7.48%)에 배달비 6000원(부가세 포함 6600원)을 적용하며, 배달비 절약형은 중개이용료 15%에 배달비가 주문 금액에 따라 2900~4800원으로 달라진다. 통합형은 수수료가 27%며 가맹점주가 별도로 부담하는 배달비는 없다.
예컨대 음식 주문금액이 3만원일 때 기본형 중개이용료는 기존 1000원에서 2040원으로, 배달비는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오른다. 배달비 절약형은 주문금액이 1만2000~3만원 미만이면 가맹점주가 2900원, 고객이 2000원을 부담한다. 여기에 중개수수료(15%) 4500원을 더하면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총 비용은 7400원에 육박한다.
주문 고객이 지불하는 ‘배달팁’을 올리는 사례도 빈번하다. 배달비 인상 분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가맹점주들은 배민 앱 내 메뉴 설명란 등을 통해 불가피하게 배달팁을 인상했다는 점을 공지하며 배달 수수료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
배달비 인상 움직임은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쿠팡이츠도 최저 7.8%에서 최대 27%까지 중개 이용료를 세분화한 요금 체계 개편안을 내놨다. 배민1과 쿠팡이츠 모두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배달 서비스 모델로, 높은 배달 비용으로 적자 폭이 커지자 요금 체계를 손질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배민 측은 중개이용료를 오히려 인하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6월 배민1 서비스를 시작할 때 예고했던 중개이용료는 12%였으나 이를 6.8%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서비스 개시 이후 줄곧 건당 1000원의 프로모션을 운용해온 만큼 가맹점주들은 사실상 수수료 인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단건배달 배민1을 도입하면서 시장 경쟁 상황에 맞춰 프로모션 가격을 운용했으나 프로모션 가격은 주문 건당 수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구조”라며 “안정적인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기존 정상가 수수료율을 대폭 낮추는 식으로 새로운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김씨 측이 배민 앱 내에 게시한 공지와 관련해서는 “가게마다 최소주문금액이 있어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사례일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