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화두 ESG..법조계 "표준 마련시 정부개입 최소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는 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업 안팎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제도화 및 법제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통일된 ESG 기준을 마련할 경우 기업에 획일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ESG 평가지표 표준화 등을 공약했다. 올해에도 ESG 경영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K-ESG 가이드라인, 득과 실

2019년 말부터 ESG가 전세계적 화두로 떠오르자 국내 관계기관들은 ESG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한국거래소), SASB 기준 국문 번역(금융위원회), ESG 모범규준 개정판(한국기업지배구조원), 녹색채권 가이드라인(환경부), K-Taxonomy(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 등이 대표적이다.

ESG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하나의 기업은 △정보수요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공시·보고기준' △정보수요자의 판단을 돕기 위한 등급·점수를 산출하는 '평가기준' △기업 이사·경영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모범규준' 등 크게 3가지의 기준으로 평가받게 되는데,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정해진 게 없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K-ESG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E' 부분에는 재생 원부자재 비율,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 폐기물 재활용 비율 등 총 17개, 'S' 부분에는 자발적 이직률, 장애인 고용률, 인권정책 수립 등 총 22개, 'G' 부분에는 이사회 성별 다양성, 사내이사 출석률, 사외이사 전문성 등 총 17개의 문항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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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K-ESG 가이드라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ESG 이행 수준을 진단하고 평가에 대비하는 기준을 정부가 일괄 제시해줬다는 점, 자율적 진단 및 평가가 곤란한 중소기업들에게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기업의 ESG 경영은 자율 영역인데,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정부나 법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냐는 것이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공시·보고기준은 룰 세팅의 문제이므로 정부와 법규의 개입이 합리적이지만 정부의 직접적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계적인 점수 따기로 ESG 경영 취지가 사라질 수 있고,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기준을 고집하다 갈라파고스화(세계 시장에서의 고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SG 경영에 대한 정부 개입 최소화해야"

지난 24일 서울지방변호사회 주최로 열린 ESG 제1차 법제 포럼에서도 참석자들은 정부가 기업을 상대로 ESG 가이드라인을 획일적으로 적용한 뒤 이를 토대로 규제에 나서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ESG 경영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율의 영역이란 이유에서다.

이준서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지시를 관철시키기 위해 규제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수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정부는 ESG 경영 기업의 공시제도나 이사의 의무 관련 법제도의 불명확성 등을 법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ESG 경영의 핵심은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정부 주도의 기준 설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남 삼정KPMG 상무는 "공시와 인증 매커니즘이 작동된다면 ESG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화 수 있다"며 "ESG 정보공시 투명성 제고와 표준화를 위한 국제표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