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글로벌 트렌드다. 골드만삭스, JP모건 체이스 등 미국 금융사들의 경우를 보면, 자사주 소각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배당주가 많은 대표적인 업종인 금융주는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자기주식 소각을 종종 단행한다.
하지만 JP모건, 골드만삭스 등도 마음대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자본적정성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스트레스테스트는 경기가 극심하게 침체된 상황에서도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에 대출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느냐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연준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스트레스테스트를 도입해 매년 한차례 실시했고,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라는 예외적인 상황을 감안해 두 차례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바 있다.
국내 역시 금융당국이란 허들을 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신한지주 역시 연초부터 자사주를 소각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협의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금융당국 입장에서 국내 금융 지주사들이 자본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길 원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부동산 매매로 인한 대출 폭증, 한계 차주 원리금 상환 유예 및 종료 등에 대한 후폭풍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리 인상 시기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지속 등 글로벌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아 협의에 진통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 당선 이후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급진전, 이달 자사주 소각을 주주총회에서 의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후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굵직한 문제가 정권 교체 직후 해결됐다면 앞으로도 현 정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