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한도 높이고 주담대 금리 인하까지...대출 문턱 낮추는 은행권

2022-03-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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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상품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주요 은행들이 너도나도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가계대출의 총량 관리를 위해 유지해 온 규제를 가계대출 감소 속에서 정상화하는 등 빗장 풀기에 나선 것이다. 오는 5월 출범할 새 정부 역시 대출 규제 완화를 천명하고 나선 만큼 그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라는 시각 또한 높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25일부터 모든 전세대출에 대해 '3종 규제'를 완화해 적용할 예정이다. 우선 전세대출 신청기간을 종전 '잔금 지급일'에서 '잔금 지급일 또는 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로 확대한다. 1주택 보유자들에 대해서도 비대면 전세대출을 다시 허용키로 했다.

전세자금 대출 한도도 확대한다. 전세계약을 갱신할 경우 대출한도는 기존엔 임차보증금 증액분 이내였으나 갱신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늘린다는 것. 일례로 갱신계약시 전세보증금이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올랐다면, 기존엔 증액분인 50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했으나 이젠 전세보증금의 80%인 1억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1일부터 임대차(전세)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증액된 임차보증금(전셋값) 범위 이내’에서 ‘갱신 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변경해 시행하고 있다. 대출 신청 기간도 확대했다. 그동안 신규 전세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대출 신청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또는 주민등록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까지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수 개월 간 막혀있던 1주택자(부부합산)에 대한 비대면 전세대출 취급 제한 역시 해제됐다. 대상 상품은 아이터치 전세론, 우리WON 전세대출, 우리스마트전세론이다. 이전까지 1주택자는 은행 창구에서만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우리은행 측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완화해 금융지원 불안을 해소하고 전·월세 시장의 정상화에 기여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여타 은행으로 확산될 것으로 점쳐진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지난 22일부터 지난해 10월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에 맞춰 전 은행권과 협의해 중단했던 1주택자의 일반 전월세보증금 신규 대출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는 부부여도 보유주택이 없어야 신규대출이 가능했지만 변경된 방침에서는 부부합산 1주택 이하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임대차계약서상 잔금일 1개월 전부터 15일 이전까지 신청 가능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1주택자 재개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상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이처럼 전세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해서도 금리를 낮추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한 달 간 신규·신잔액 코픽스(COFIX·6개월)를 기준금리로 삼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 금리는 0.1%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신규 코픽스 주담대 금리는 현행 3.67~5.17%에서 3.47~4.97%로 하향 조정된다. 신잔액 코픽스 주담대 금리는 3.77~5.27%에서 3.57~5.07%로 낮아진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85~5.35%에서 3.75~5.25%로 내려간다.

케이뱅크는 자사 대표상품인 아파트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최저 연 3.09%에서 연 2.99%로 0.1%포인트 하향해 취급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도 확대되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확대했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군을 대상으로 내주는 KB 닥터론, KB 로이어론, 에이스전문직 무보증 대출의 한도는 현행 5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으로 1억원 상향됐다. 하나은행도 올해 초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작년 여름 이전 수준인 1억5000만원으로 올렸다. NH농협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지난 1월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린 데 이어 2월 말에는 2억5000만원까지 대폭 상향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전세대출 죄기에 나서왔다. 그러나 고강도 대출규제가 지속되면서 가계대출이 둔화됐다. 2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 등 5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7522억원 줄어든 705조9373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이다.

한편 이같은 은행권의 대출 문턱 낮추기는 새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와도 맞닿아있다는 분석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대출 규제 대폭 완화와 더불어 "LTV(주택담보대출비율)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하게 하지 않더라도 금융기관 자산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상향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대선 공약으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한해 LTV 상한을 80%로 올리고 한 생애 최초 구입이 아니더라도 지역에 관계없이 LTV를 70%로 통일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주택 구입 시에는 LTV가 투기지역 여부, 매매가격, 주택 보유 수 등에 따라 20~70%까지 적용된다.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매매가 9억원 이하는 LTV 40%가 적용되며, 9억원이 초과하면 20%까지 줄어든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 부채가 1800조원을 넘어서며 여전히 크긴 하나 올 들어 주택시장이 정체되고 금리가 올라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자 은행들이 다시 적극적으로 영업 활동을 벌이는 것"이라며 "대통령 당선인이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은행 창구에 활기가 돌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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