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새 정부 '매트릭스 조직'으로 혁신하자

2022-03-23 16:27
  • 글자크기 설정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기획할 인수위원회가 구성을 마치고 빡빡한 일정에 돌입하였다. 나라 안팎으로 산적한 당면 과제의 해결책을 찾기에 남은 한 달 반은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중립과 그린 대전환,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인류문명 대전환, 미·중 갈등에 따른 패권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술·경제환경·세대·자본주의·경영철학 등 전 분야에 걸친 초변화 등 전대미문의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실효적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나라 안으로도 침체된 경제성장, 국가부채의 가파른 상승, 저출산 고령화, 부동산 가격 급등, 청년실업 고착화, 사회 양극화 및 갈등 확산 등 역시 만만치 않은 난제 해결이 시급하다. 인수위원회가 사회 각계각층의 집단지성을 망라하여 현명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한다.
 
정부정책 혁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부조직과 인적 혁신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전략도 이를 수행할 개인과 조직의 역량이 따라오지 못하면 성과를 낼 수 없다. 특히, 과거의 경험이 통하지 않는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는 개인과 조직의 역량 혁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새 시대에 선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대대적 재교육이 시급하다.

전면적 재교육을 통한 인적 혁신과 함께 정부 조직의 혁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맞게 정부 조직을 혁신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정부든 기업이든 조직은 정책과 전략에 연동되어야 한다. 기업은 내외 환경이 바뀌고 전략이 바뀌면 반드시 조직을 바꾼다. 속성상 기업보다 변화에 둔감한 정부 조직도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가장 잘 수행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 현 정부 조직은 대체로 기능 중심 조직으로 되어 있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외교부, 국방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 대부분의 부처가 기능 중심 조직이다. 중소벤처기업, 여성가족부만이 기능이 아닌 대상 중심 조직이다. 기업도 과거에는 마케팅, 연구개발, 생산, 구매, 판매, 서비스 등 기능별 조직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기능별 조직에 프로젝트별 조직을 혼합한 매트릭스 조직이 대세가 되었다. 기능별 조직의 장점은 각 기능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기 용이하다는 점이고, 대신 단점은 특정 프로젝트 추진에 여러 기능이 관여함에 따라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실행이 어렵다는 점이다. 프로젝트별 조직은 기능별 조직과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은 기능별 조직과 프로젝트별 조직을 혼합하여 씨줄 날줄과 같이 종적·횡적으로 구조화함으로써 두 조직의 장점을 다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상 중심 조직은 성격상 프로젝트 중심 조직에 가깝다.
 
정부 조직도 종래의 기능 중심 조직에서 기능 중심 조직과 대상 및 프로젝트 중심 조직을 결합한 매트릭스 조직으로의 발전적 혁신이 필요하고 확대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조직 혁신 없이는 초변화 대전환 시대가 요구하는 융복합, 통합, 협력을 통한 성과 창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요구되는 속도와 유연성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매트릭스 조직으로서 정부 조직 혁신의 좋은 사례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존의 기능 중심 조직인 산업통상자원부나 타 부처와는 달리 시대적으로 중요해진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 중심 조직이자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대상 중심 조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 정부까지 산업통상자원부의 외청인 중소기업청이었다. 과거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부 격상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되고 논의되다가 현 정부에서 이루어졌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의 핵심 논리는 산업 정책과 기업 정책의 분리이다. 일견 보기에 유사한 정책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산업 정책이란 자동차, 반도체 등 각 산업과 융합신산업의 발전 및 혁신을 위한 각종 정책을 말하고, 기업정책은 기업의 창업부터 중소·중견·대기업으로의 성장사다리가 잘 작동하고 일자리 창출의 주체가 될 수 있게 지원·육성·혁신하는 정책이다. 서로 연관성이 높으나 목적이 전혀 다른 정책이다. 산업 정책은 산업부가 맡고 기업 정책은 중기부가 맡아 분리 추진해야 과거처럼 한쪽으로 치우치던 문제를 막고 균형적 성과를 만들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은 대상 중심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되, 매트릭스 조직 구조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 기능상 연관성이 있는 타 기능중심 부처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통하여 성과 창출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작금의 중기부와 산업부 간 불협화음이나 알력은 그 원인을 살펴보면 정부 조직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러한 매트릭스 조직 기반의 정부 조직 운영 원리 및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데 기인한다. 특히 양 부처 간 문제의 발단이 된 스마트제조혁신 정책도 업무 분장 원칙대로 제조업 혁신 등 산업 특성을 고려한 산업 정책은 산업부가 맡고, 스마트공장 보급 및 확산 등 산업과 무관한 기업 정책은 중기부가 맡아 함께 협력하며 추진해야 할 일임에도 상대를 배제하며 경쟁적으로 독자 추진함에 따라 문제가 된 것이다. 당초 설계된 조직운영 원리와 원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존중과 함께 양 부처의 R&R(역할·책임)을 명확하게 재조정함으로써 문제 해결은 물론 성과 창출을 배가할 수 있다.
 
새 정부의 부처 조직설계에 있어 종래의 부처이기주의와 파워 게임에서 탈피하여 초변화 대전환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부 조직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강조한 대로 기능 중심 조직과 대상 중심 조직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매트릭스 조직을 적극 도입하길 건의한다. 특히, 전 부처의 참여가 필요한 스타트업·벤처기업을 포함하는 혁신 중소기업 육성, 저출산·고령화 대책, 지방경제 활성화 등 시대적 최우선 과제를 처리할 정부조직 혁신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 미래지향적 정부조직 혁신을 과거와 같이 단순한 부처 통합이나 기능 이전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정부조직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조치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새 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정부정책 혁신과 조직 혁신에 성공하길 기원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