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통해 누군가의 삶 전하는 양혜규 작가

2022-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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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국립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 등 다양한 활동

‘양혜규: 이중 영혼’ 전시 전경 [사진=국제갤러리]


한국의 현대미술가 양혜규가 2022년 상반기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연다. 그의 작품에는 누군가의 삶이 담겨 있다.
 
양혜규는 오는 7월 31일까지 덴마크 국립미술관(SMK)에서 대규모 개인전 ‘양혜규: 이중 영혼’을 개최한다. 작가의 덴마크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그간 작업의 기반이 되어온 초기작과 대표작 그리고 신작에 이르기까지, 1994년부터 2022년까지 제작된 총 50여 점 넘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양혜규는 ‘양혜규: 이중 영혼’의 중심축이 되는 한 쌍의 조각, 즉 조각 듀오를 새로 기획하고 제작했다. ‘소리 나는 중간 유형 – 이중 영혼(Sonic Intermediates – Double Soul)’이라 명명된 이 조각은 그린랜드계 덴마크 작가인 피아 아르케(Pia Arke)(1958~2007)와 프랑스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낸 덴마크 조각가 소냐 펠로브 만코바(Sonja Ferlov Mancoba)(1911~1984)를 참조한다.
 
3월 21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양혜규 작가는 “그린랜드 출신인 피아 아르케 작가는 덴마크로 이주했다”라며 “덴마크 기반인 자신의 한계점 받아들였고, 작품에 반영했다. 적의 언어로 모국의 문화를 공부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 식민적인 상황을 부정하는 대신 시작점으로 삼았다”라고 짚었다.
 
알래스카주, 그린란드, 캐나다 북부, 시베리아 극동 등지에 사는 원주민을 의미하는 이누이트 족의 운명은 비교적 덜 알려진 식민적인 ‘근대 잔혹사’로 꼽힌다.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피아 아르케는 북극해와 극지방 주변 원주민의 이민, 이주, 탄압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작가로 여겨진다. 극지방이라는 공동체의 매우 탈국가적인 문화적 특징에 매료된 양혜규는 고국과 타국을 오가며 비타협적, 독립적 활동을 해온 피아 아르케의 행보에 경의를 표하고 이를 작품에 녹여냈다.
 
피아 아르케를 덴마크 국립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양 작가는 포기하지 않고 대화했다. 이후 덴마크 국립미술관은 상설전에 피아 아르케를 기리는 공간을 마련해 ‘양혜규: 이중 영혼’전과 이어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소냐 펠로브 만코바는 덴마크 왕립미술학교와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하고, 코브라(CoBrA) 그룹과 선(Linien) 그룹의 활동에도 관여했다.

양혜규는 “비주류이고 소외 당했지만 그는 끝까지 타협지 않았다”라며 “작업의 수준이 내가 봤을 때는 놀라운 수준이다”라며 감탄했다.
 
양혜규의 강렬한 작품을 선보이게 된 덴마크 국립미술관의 선임연구자이자 본 전시의 기획자인 마리안느 토프는 “양혜규는 이번 전시를 위해 덴마크의 선구적 미술가들을 참조한 두 점의 신작을 제작함은 물론 전시의 전 과정에 깊이 참여했다”고 전하며 “이번 ‘양혜규: 이중 영혼’ 전시를 방문하는 관람객 또한 이러한 작가의 헌신을 감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양혜규 작가가 지난해 새롭게 작업한 한지 콜라주 작업 ‘황홀망(恍惚網)’ 역시 본격적으로 유럽에 소개될 예정이다.베를린의 바바라 빈 갤러리(4월 29일~ 7월 30일)와 파리의 샹탈 크루젤 갤러리(10월 중순)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양 작가는 “우리나라의 한지는 어마어마한 재료다. 지금도 감탄한다. 너무 미약한데 너무 강하다”라며 “색을 입히는 등 실험할 게 많이 생각난다. 깊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양 작가는 오는 4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열망 멜랑콜리 적색'을 선보이고 같은달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관에서 열리는 오스카 슐레머의 전설적 작품 '삼부작 발레'를 주제로 한 전시에 참가한다. 
 

양혜규 작가 [사진=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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