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김오수 검찰총장을 향해 사실상 사퇴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김 총장 거취와 함께 역대 검찰총장 임기와 관련한 역사도 주목된다.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후 정권 말 검찰총장에 임명된 역대 총장 가운데 임기를 다 채운 경우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근으로 알려진 권 의원은 지난 15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총장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도 “윤 당선인은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김 총장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총장 의지가 관철될지는 불투명하다. 역사적으로 검찰청법에 명시된 임기 2년을 채운 역대 검찰총장은 많지 않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한 총장은 14명이다.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역대 22명 중 약 3분의 2가 중도 사퇴했다. 특히 정권이 끝날 무렵 자리에 올라 정부가 바뀌는 시기에 재직한 총장 중 유임돼도 임기를 마친 사례는 아직 없다.
역대 검찰총장의 중도 사퇴 사유는 자신을 임명한 정권과의 갈등과 개인·측근 비위 등 다양하다. 당장 전임 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정부와 마찰을 빚다 사퇴했다. 윤 당선인이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검찰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임기를 4개월여 남기고 직을 내려놨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지난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이를 수용한 뒤 사표를 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 사건 수사를 밀어붙이다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물러났다.
지난 2001년 취임한 신승남 전 검찰총장은 취임 직후 동생이 당시 대표적인 권력형 게이트로 꼽힌 ‘이용호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자 8개월여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지난 1993년 박종철 전 검찰총장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취임 6개월 만에 사퇴했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지난 1988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간 중도 사퇴한 전직 총장은 김두희·박종철·김기수·김태정·신승남·이명재·김각영·김종빈·임채진·김준규·한상대·채동욱·김수남·윤석열 총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