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美-中 갈등으로 확산…7시간 회담 '신냉전' 막을까

2022-03-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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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 러시아 지원할 경우 대가 치러야" 경고

미국은 '우크라', 중국은 '대만' 사안 강조

전문가 "자칫하면 냉전시대로 되돌아가"

"중, 러 군사 지원할 듯" 보도…중, 대러 제재 참여 유도할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중국 간 긴장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미·중 양국 고위급 회담이 7시간이나 이어지며 우크라이나, 북한, 대만을 두고 ‘치열하고 솔직한’ 대화가 오갔지만 구체적인 결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칫 잘못하면 세계 정세가 과거 냉전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연일 중국에 경고하고 나서는 것도 중국을 선제 압박해 이번 대러 제재에 부분적으로나마 동참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1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오볼론 지구의 아파트 건물 주변에서 한 여성 주민이 슬퍼하고 있다. 당국은 이날 포격으로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중, 러시아 지원하면 대가 치러야” 경고
CNBC 등 외신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군사적 혹은 경제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면 그에 따른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미국이)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했을 때 치르게 될 대가에 대해 경고하고, 중국과 러시아 간 동맹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별도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중국이 러시아에 대해 물질적 지원이든, 경제적 지원이든, 재정적 지원이든 모든 형태의 지원 제공의 범위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 정부와 개인적으로 또 공개적으로 이러한 지원에 나선다면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합의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와 거래한 중국 금융기관, 기업, 개인 등을 제재하는 이른바 2차 제재를 회담에서 거론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러시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게 되면 국제 정세는 더욱 꼬일 수 있는 만큼 미국이 강력한 카드를 중국에 내보였을 것이란 생각이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지 않으면 중국이 대러 제재에 협력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대만 사안과 관련해 "내정 간섭에 나서지 말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최근 대만 문제와 관련한 일련의 잘못된 언행에 대해 중국은 심각한 우려와 강력한 반대를 표한다”면서 “대만 분리독립 세력을 지지하고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모든 시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중국중앙(CC) TV는 전했다. 
 
중국, '제3의 길' 택할까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할 의향이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는 외신 보도들도 이어졌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지대공 미사일, 드론, 장갑차 등을 중국에 요청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미국 당국 관리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리는 러시아 측 요청 이후 중국이 군사적 지원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국방부가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며 이 같은 보도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중국 기업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당국 관리들이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및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한 후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정세가 자칫하면 냉전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게 되면) 세계 지정학 판도가 바뀔 것"이라며 "우리는 1950년대 중·소 동맹 시절로 돌아갈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신(新)냉전의 첫 대리 충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원티성 호주국립대 연구원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미국의 행보는 중국과 러시아 간 민간 무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원조를 제공할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중국-러시아 간 민간 무역 관계를 제한하고 (부분적으로나마) 러시아에 대한 국제 경제 제재에 합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대화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효과가 있다면 중·러 무역을 줄이고 러시아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중국이 러시아의 조력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리서치 회사인 로디움 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은 러시아를 지원하거나 거부하는 이분법적 선택 사이 어딘가에서 제3의 길을 택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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