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건설사 직원에게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건설업계 살림이 더 나아질 것 같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다른 관계자들의 대답도 비슷하다.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 기업들은 새 정부에 고개를 숙이고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서 "사상 첫 검찰 출신 대통령인 만큼 기업들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더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건설업계에는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청와대의 '반기업 정서'는 극복하면 되지만 '예측 불가능성'은 기업 자체를 움츠리게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 대부분은 "가장 큰 리스크는 '재벌 해체'나 '재벌 때려잡기'가 아니다"라면서 "상대가 어떤 생각인지 모를 때 기업 리스크는 배가 된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검찰에서 각종 수사를 지휘하며 대기업 총수들의 정보를 속속들이 들여다봤던 분이 새 대통령이시지 않냐"면서 "기업의 창의성을 인정하기 보단 규제와 처벌 중심적인 행정 스타일이 우려된다"고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이명박근혜 정부의 행적을 보면) 기득권 세력의 기업 길들이기가 지금보다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에는 올해 주택공급, 산업구조 변화에 맞지 않는 낡은 법과 제도, 처벌 만능주의로 변화하는 규제 등 산적한 과제가 많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은 수년간 곤두박질쳤으며, 경영자의 징역형을 목적으로 한 중대재해처벌법은 건설 현장의 안전 확보보다는 기업들이 처벌을 면하는 데만 매몰되는 각종 편법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모두 대한민국의 건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처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에 대한 책임론을 등에 업고 당선됐다. '부동산 문제 해결'이라는 새 대통령의 무기가 부디 본인을 향한 칼날이 되지 않길 기대한다. '국민만 바라보고 걷겠다'며 청와대로 입성한 새 주인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