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국가 재정운영방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재정 건전성을 더욱 강조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70조8000억원 적자로 추산됐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적자 규모(71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악화된 재정 여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재정준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됐다.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를 감안하면 국가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의 재정건전성 악화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일어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기재부는 재정지출 조절을 위해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2020년 국회에 제출했지만, 해당 내용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새 정부 출범 1년 내 재정준칙을 마련해 국가채무를 관리하겠다"고 밝혀 조만간 관련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고 입법 조치가 필요한지도 불투명하지만 임기 첫해에 재정준칙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행시기가 2025년에서 앞당겨져 구속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50조원 규모의 2차 추경 편성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추가 재정투입 시기를 '취임 즉시'로 못 박은 터라 재원 마련을 위한 추경 논의는 5월 9일 취임 이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한 '당선 후 50조원 추경'은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차기 정부는 재원 마련을 증세보다 폭넓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단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구조조정만으로 조달하기엔 한계가 있는 데다 상반기에 예산 사업 집행 성과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그간 공약 사업을 뒷받침할 증세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유일하게 탄소세 도입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안이 공약집에 명시됐지만, 구체적인 탄소세 도입 방안이나 세금 체계가 논의된 적은 없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세수 호황을 이끈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거래가 감소하면서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초과 세수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경 편성과 재정준칙 등을 시행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피해 지원은 필요한 정책이지만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재정 부담이 커지고 효과는 작아지게 된다"며 "국제 금융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재정 관리 중요도가 높아지는 만큼 경제여건 변화에 기초한 거시경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