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미래차 시장 선두는 누가? 한·중·일 新삼국지

2022-03-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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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가전·IT·콘텐츠·화장품에 이어 자동차까지 경쟁 돌입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동서울대 교수

서로 이웃하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성장 과정을 두고 20년 시차라는 말이 한동안 회자했다. 일본보다 산업화에 뒤진 한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경제 발전, 개혁·개방을 시작하고 난 후에 나왔던 평가다. 산업화 과정과 소비 트렌드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진단이 그리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부터 이러한 패러다임이나 잣대가 더는 유효하지 않아지고 있다. 3국 간 관계도 상호 보완적이기보다 경쟁적으로 바뀌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물고 물리는 각축전이 보편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4차 산업혁명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미래 기술 부문에서 후발 주자인 중국이 오히려 한발 앞서가면서 한국과 일본을 당혹게 한다. 자연스럽게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조선(造船) 분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일본이 선발주자이지만 한국이 따라잡고, 이어서 중국이 가세하면서 세계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인건비 싸움으로 시작되었지만, 점진적으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이 생겨나면서 양과 질에 따라 각자의 위치를 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어서 가전과 IT에 이어 콘텐츠, 마침내 화장품 등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이제 누가 우위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등한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다. 휴대폰의 경우도 중국 신흥 주자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한국이 이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특정 브랜드는 결국 사업을 접는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한국이 일본을 극복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지금은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는 분야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실로 격세지감이다.

불길이 마침내 자동차 쪽으로 옮겨붙었다. 미래차가 미래 먹거리의 전면에 부상하면서 3국 간 경쟁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점입가경이다. 많은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에 선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처지에서 자동차 산업은 일본의 자존심이면서 최후 보루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래차를 제외한 화석연료 차량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마저도 흔들리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 차가 반격의 고삐를 당기면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주력 시장에서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나 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우월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판세다.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1등이 없는 미래 산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전기차 부문의 수출 1위 국가는 중국이다. 작년에 50만대를 수출하여 미국과 독일이 합쳐 수출한 숫자보다 많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2020년 대비 무려 260% 증가했다. 한국은 15만4000대, 일본은 2만7400대 수출에 그쳐 상대적으로 매우 초라하다. 중국의 화석연료 차종 수출 대상 국가가 주로 개발도상국이지만 전기차는 유럽 등 선진국이 주력 시장이라는 점에서 경쟁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점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결정적 비결이다. 원자재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이점을 최대한 발휘하여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강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 비결이다. 중국을 능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게 한다.

중국의 파죽지세 지속, 일본의 재반격 시동에 비교해 한국의 생태계는 갈수록 위축돼
 

전기차 세계 1등 브랜드는 여전히 테슬라지만 2등과 3등은 상하이GM우링과 BYD다. 4위는 독일의 폭스바겐이고 기타 중국 브랜드와 현대차가 그 뒤를 잇는다. 톱10에 중국 업체는 6개나 되고 일본은 하나도 없다. 중국 전기차가 빠르게 도약하고 있는 이유는 원자재뿐만 아니라 거대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부문에서 선두 주자가 되겠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중국과 경쟁하기가 버겁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원자재 확보에서 불리한 점을 극복하려면 자율주행과 데이터 관리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승산이 있다. 배터리 제조 원가를 낮추려는 노력과 동시에 표준화 선점과 라인업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 어려운 싸움이지만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자동차 산업을 애써 무시하는 경향이 우리 내부에 강했다. 아직은 멀었다고 안도하였지만 결국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로 성큼 올라섰다. 눈에 띄는 것은 수출이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출 대수는 201만5000대로 한국의 242만700대에 바짝 근접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뒤집힐 것이 확실하다. 일본은 381만9000대로 여전히 수출 강국이다. 생산량은 중국이 1위이고 일본은 3위, 한국은 인도보다 한 계단 내려앉은 4위다. 문제는 해마다 생산량이 감소하여 346만대에 그쳐 300만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에 처하고 있다. 전기차종이긴 하지만 중국 차의 일본 시장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고, 상용차에 이어 승용차의 한국 시장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다.
 
이 정도라면 한·중·일 3국 간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삼국지가 벌써 본 무대에 올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의 물살은 계속 거세질 것이고, 일본의 반격도 절대 만만치 않다. 현대차·기아도 비장한 각오로 움직이고 있지만 헤쳐나가야 할 파고가 높다. 미래차 시장은 신(新)에너지와 자율주행이라는 두 개 트랙에 접목되어 가속이 붙고 있다. 배터리와 더불어 AI 등 IT 기술의 진화가 빠르다. 홀로서기보다 적과도 동침까지 서슴지 않는 합종연횡이 줄을 잇는다. 미래차 부문까지 중국이 치고 들어오면서 미국과 독일을 포함해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승부가 점입가경이다.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 전환, 생산자와 노동자 간 협력이 복원되지 않으면 한국이 승기를 잡기는 쉽지 않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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