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적 여파가 확대되며 인플레이션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자 이날 ECB는 코로나 시기 도입한 부양책을 조기에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제성장률을 저해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국제무역 교란, 신뢰 약화 등을 통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 내 인플레이션은 이미 ECB의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 2일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 2월 물가가 전년 대비 5.8% 치솟으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ECB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평균 5.1%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 3.2%에서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2023년과 2024년 인플레이션은 각각 2.1%, 1.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평균 7.1%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중기적으로는 목표치인 2%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며 "우크라이나 사태는 특히 에너지 가격에 있어 상방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ECB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시적으로 경제를 저해할 수 있지만,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들인 유로존 국가들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견조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고, 공급망 차질 역시 개선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이고 있으며, 노동 시장 상황 역시 개선되었다는 설명이다. ECB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내린 3.7%로, 내년 성장률은 0.1%포인트 내린 2.8%로 하향 조정했다. 2024년 전망치는 1.6%로 유지했다.
이날 ECB는 이날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을 통한 채권매입 종료 시기를 3분기로 앞당겼다. 월 200억 유로(약 27조원) 규모의 채권 매입 규모를 4월에는 400억 유로, 5월에는 300억 유로로 늘렸다가 6월부터 다시 200억 유로 규모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채권매입 규모를 2분기에는 월 400억 유로, 3분기에는 월 300억 유로로 늘렸다가 4분기에 다시 200억 유로 규모로 복귀한다는 계획이었다.
기준금리는 유지했다. ECB는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0.50%와 0.25%로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투자자들이 ECB가 매파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자 유럽증시는 급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93% 떨어진 1만3442.10으로 장을 마쳤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2.83% 내린 6207.20,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50지수는 3.04% 급락한 3651.39를 각각 기록했다.